[줌인]이마트vs롯데 '야구도 유통도 양보 못해…한판 붙자'

by함지현 기자
2021.04.02 05:30:00

개막전 참석 예정 정용진, SNS ''도발''…롯데는 ''부글''
1차 대결은 ''야구''…2차 승부처는 ''마케팅 대전''
장기적 관전 포인트, ''즐길거리''로 유통 차별화 성공 여부

[이데일리 함지현 이석무 기자]“(롯데는)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다.”(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야구도 유통도 한판 붙자.”(롯데쇼핑 공식 보도자료)

유통업계 양대 산맥 롯데와 이마트가 국내 스포츠 마케팅의 최고봉인 야구와 본업인 유통에서 정면 대결을 펼친다.

야구판에 새롭게 발을 들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연이은 도발로 이슈를 만들고, 야구와 연계한 대대적 마케팅을 펼치며 경쟁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 등 그룹 내 수장이 직접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유통 마케팅이라는 정공법을 앞세워 대응하는 모습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자 SSG 랜더스 구단주가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구단기를 흔들고 있는 모습(왼쪽)과 지난 2015년 롯데 사직구장을 방문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공동취재사진·롯데자이언츠)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오는 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개막전에 임직원들과 함께 자리해 새롭게 출범한 신세계의 야구단 SSG 랜더스를 응원한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야구단 띄우기’에 적극 나서 왔다. 평소 제한된 수의 게시물만 올리는 것으로 유명한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현재 야구와 관련한 글만 8개다. 야구 게임에 자신의 캐릭터를 선발투수로 내세우는 영상을 올리는가 하면 SSG 랜더스 응원가까지도 소개하고 있다.

음성 기반 SNS인 클럽하우스에서 한 발언도 시선을 끌었다. 그는 “롯데가 야구단과 본업을 서로 연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본업과 연결할 것”이라며 “경기에서는 우리가 질 수도 있지만 마케팅에서는 반드시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업의 본질인 유통과의 시너지를 이뤄내지 못했지만 자신들은 해낼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출인 셈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야구단 출범과 함께 많은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돔구장 건설은 물론, 야구장 내에서 주문하면 스타벅스 커피를 앉은 자리로 배달해주는 등 자사 브랜드와의 협업 시스템 구축도 고민 중이다. 이미 구장 내에는 스타벅스와 노브랜드 버거, 이마트24의 오픈 준비를 마쳤다. 아울러 다양한 ‘놀거리’까지 제공해 야구장을 경기가 끝난 뒤에도 몇 시간씩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국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1982년 창단한 롯데자이언츠는 이미 수 십년간 진행해 온 시스템에 따라 실질적으로 팀을 이끄는 성민규 단장 등 체제하에 개막전을 준비했다. 신 회장은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데다 개막전이 어웨이 경기로 치러지는 만큼 참석하지 않을 계획이다.

지난해 30대 젊은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이목을 끈 성 단장은 감독과의 갈등이 불거지는 등 초보단장의 한계를 드러내기는 했지만, 한국 야구에 메이저리그 시스템과 같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구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큰 형님 격인 롯데는 드러내놓고 SSG 랜더스에 대한 언급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전언이다.

이제 새롭게 태어난 팀과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자 내심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다. 더군다나 같은 경남 지역인 창원을 연고로 한 NC 다이노스에게 완전 밀린 경험이 있어 또 다른 경쟁자에게 밀리면 안 된다는 분위기도 퍼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NC다이노스는 정규 리그와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롯데는 정규 리그 7위를 기록했었다.



특히 상대 팀의 구단주인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서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자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발끈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롯데온(왼쪽)과 SSG닷컴에서 개막전을 앞둔 행사를 안내하고 있다.(사진=각 사 애플리케이션)
두 유통 공룡의 이번 야구 대결은 향후 이어질 승부의 전초전 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승부처는 스포츠를 넘어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본업과의 시너지를 어떻게 구현해 내느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개막전이 우천 취소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이들의 1차 승부는 3일 오후쯤 결론이 날 예정이다. 야구 경기 자체의 승패다. 두 팀이 개막전에서 맞붙은 적은 지난 2018년 한 번 있었다. 당시 SSG 랜더스의 전신인 SK 와이번스가 롯데 자이언츠를 6대 5로 꺾었었다.

특급 스타들의 대결도 관심사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다 SSG 랜더스로 영입된 추신수는 국내 프로야구 흥행을 이끌 카드로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 이대호는 ‘우승’을 위해 2년 선수 계약도 완료했다. 이 둘은 수영초등학교를 함께 다닌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하다.

롯데와 이마트의 2차 승부처는 개막전을 전후해 벌어지는 대대적 유통 마케팅이다.

이마트는 오는 4일까지 신세계그룹의 야구단인 SSG 랜더스의 이름을 딴 ‘랜더스데이’를 열고 상반기 최대규모 행사를 실시한다. 1+1 행사만 80여 종에 달하며, 총 행사품목은 500여종이 넘는다.

SSG닷컴, 이마트24도 행사 대열에 합류한다. 쓱닷컴은 개막 후 첫 승리를 기원하는 응원 메시지를 SSG닷컴 이벤트 페이지에 남기면, 총 559명을 추첨해 SSG머니 1만원을 지급한다. 559명은 SSG와 모양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이마트24는 개막 경기에서 SSG 랜더스가 홈런을 기록하면 선착순으로 홈런볼 무료 쿠폰을 증정한다.

롯데 역시 마케팅 경쟁에 불을 지핀다. 롯데마트는 프로야구 개막과 창립 23주년을 맞아 4월 한 달 동안 총 4차례에 걸쳐 행사를 진행한다. 롯데 자이언츠를 운영하는 만큼 ‘자이언트’ 크기·용량의 상품을 사전 기획해 시세 대비 50%가량 저렴한 가격에 선보인다. 이와 함께 신선식품부터 와인장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상품까지 총 1000억원 규모의 2000여 품목도 준비했다.

장기적인 3차 경쟁은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 될 전망이다. 이커머스에 뒤처진 모든 유통사의 고민인데, 야구와 같은 스포츠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부회장은 이 일환으로 야구단 운영과 화성 국제 테마파크사업 등 ‘놀거리’에 집중한다. 야구단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현대백화점 역시 최근 볼거리·먹을거리·즐길거리를 강화한 ‘더현대서울’을 오픈해 큰 관심을 받았다.

롯데가 대규모 점포 리뉴얼을 단행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신세계가 야구단을 활용하는 모델로 치고 나갈 경우 롯데 역시 롯데 자이언츠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변화가 있을지도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경쟁자들이 스포츠로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얘깃거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며 “야구 경기를 넘어 이들의 경쟁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