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불협화음]④"수사-기소 분리된 英…검찰-경찰 견제보단 협력에 방점"

by남궁민관 기자
2021.04.01 05:50:30

검·경 수사권 조정 방향은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으로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 1라운드’가 완성된 가운데, 정부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한 ‘2라운드’ 를 준비하고 있다. 범여권을 중심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된 형태의 영국 형사사법시스템을 그 근거로 삼는 모습인데, 법조계에서는 영국의 경우 각 수사 기관별 협력을 위한 노력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범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추진에 반대, 전격 사의를 밝힌 지난 4일 서울 용산전자상가 한 가전매장에서 한 시민이 관련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영국은 지난 1985년 기소를 전담하는 국립기소청(CPS, 우리나라의 검찰 격)을 설립해 경찰은 수사, 검찰은 기소로 권한을 분리했다.

이른바 부패·경제 범죄에 대해서는 지난 1988년 법무부 산하 중대비리조사청(SFO)을 신설해 수사·기소권을 모두 부여했는데, 이는 우리 공수처와 유사한 형태다. 또 경찰청 산하 국가범죄수사청(NCA)을 지난 2013년 신설하면서 경찰에 일반 범죄 수사를, NCA에는 중대 국가 범죄 수사를 맡겼다. NCA는 연초 범여권이 신설을 추진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유사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결국 큰 틀에서 현 정부의 ‘검찰 개혁’ 구조는 영국과 유사하다. 하지만 법학자들은 단순히 틀만 따를 것이 아니라 영국의 각 기관 간 상호 협력적 견제 관계 구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최대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수사와 기소는 형사 절차의 연결선상에 위치하며 많은 부분이 중복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완벽하게 분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영국의 형사 절차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경찰과 검찰의 관계 설정을 또 다른 연구 과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공수처의 롤 모델인 SFO의 경우에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다 갖고 있지만 중대 범죄 발생 시 CPS와 긴밀하게 협조한다. 두 기관은 3년에 한 번씩 포트폴리오를 협의해 작성하고 기관장이 바뀔 때도 공조 관계 먼저 확립한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은 각 수사 기관 간 협력을 위한 장치 마련에 공을 들였다.

우선 CPS는 경찰 및 NCA와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지난 2002년부터 전국 모든 경찰청에 부장급 검사를 상주 근무시키며 수사 초기 단계부터 서로 긴밀히 협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검사와 경찰 간부들로 구성된 CPS 소속 형사정책협의체(CJU)를 경찰서 내에 둬 검·경 간 접점을 넓혔다.

CPS와 SFO 모두 기소권을 갖고 있지만 업무 중복을 막기 위해 공동심의위원회(JVC)라는 기구도 두고 있다. 기본적으로 중요 범죄 또는 복잡한 범죄는 SFO가 수사부터 기소까지 맡지만, 다소 명확하지 않은 사건의 경우 위원회가 SFO 또는 CPS에 업무를 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