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아동학대' 줄묶고 얼음물, 실리콘까지 사용해 고문했다

by박한나 기자
2020.07.10 00:10:00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경남 창녕에서 9살 딸을 학대해 재판에 넘겨진 계부와 친모가 프라이팬뿐 아니라 얼음물, 실리콘까지 사용해 학대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경남 창녕에서 9살 여아를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계부(사진=뉴스1)
9일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은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상습특수상해) 등의 혐의를 받는 계부 A씨(36)를 구속기소하고, 같은 혐의로 친모 B씨(27)를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B씨는 현재 입원치료 중이다.

두 사람은 지난 1월부터 5월 초까지 자신의 집에서 9살 딸 C양에게 쇠막대기 등으로 온몸을 때리고, 달군 프라이팬으로 손가락에 화상을 입히거나 글루건을 이용해 녹인 실리콘을 양쪽 발등과 배 부위에 떨어트려 화상을 입히는 등 지속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주거지의 복층 테라스와 화장실에 C양을 감금하고 쇠사슬로 묶어 자물쇠를 채우기도 했다. 또 물을 채운 욕조에 C양의 머리를 밀어 넣어 숨을 못 쉬게 하고 얼음까지 쏟아부은 사실도 추가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찰의 압수수색과 C양의 진술, 압수물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분석, 범행도구 DNA 감정 등을 바탕으로 두 사람이 약 4개월에 걸쳐 학대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계부와 친모는 검찰 송치 전 조사 과정에서 뒤늦게 딸에게 “미안하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친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를 야단칠 때 감정조절을 못 했다”며 “아이에게 정말 미안하고 먼저 구속된 남편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친모의 친권 상실을 청구하고, 후견인 지정 등 C양을 위한 법률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계부와 친모에게 상습 학대를 받은 C양은 지난 5월 잠옷 차림으로 집을 나와 창녕 길거리를 걷다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멍투성이에 야윈 상태였던 C양을 편의점으로 데려가 먹을 것을 사주며 C양의 모습을 살폈던 주민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다.

C양은 병원에서 2주간 입원 치료를 받은 뒤 도내 한 학대아동피해쉼터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