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유 기자
2020.06.06 06:00:00
영화와 웹툰으로 동시 제작, IP 유니버스 구축 눈길
2029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선원들 이야기
거대기업이 국가 대체, 유명작가 ‘홍작가’ 참여
국내 SF물 히트작 없어, 향후 스토리 전개 관심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미래’와 ‘우주’에 대한 소재는 그 자체가 갖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흔히 ‘SF’(science fiction)로 불리는 장르로 소설,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소비돼 왔다. 명확히 알려진 것이 없으니 그만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SF는 무엇보다 매력적인 장르다. 미국이 헐리우드를 통해 ‘스타워즈’ 시리즈, ‘아바타’ 등 여러 SF 작품을 선보여왔던 것에 비해 국내 시장에선 마땅한 SF물이 탄생하지 못했다. 시도는 해왔지만 많은 대중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했던 탓이다.
이랬던 국내 시장에 올 여름 SF 대작이 찾아온다. 영화와 웹툰으로 동시에 공개되는 ‘승리호’다. ‘승리호’는 기존 ‘웹툰의 영상화’라는 기본 문법에서 벗어나 영화 시나리오에서 비롯된 웹툰이다. 영화투자배급사가 작성한 영화 시나리오를 보고 카카오페이지가 영화제작투자 결정과 함게 웹툰까지 제작을 추진했다. 디즈니의 마블시리즈 같은 ‘IP 유니버스’를 구축하고자 출발한 프로젝트다. 영화배급사와 카카오페이지가 각각 동명의 영화와 웹툰을 제작하는 식이다. 카카오페이지는 다양한 스토리 포맷을 통해 ‘승리호’의 IP를 확장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승리호’의 배경은 2092년이다.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인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나서는 이야기다. 아직 4회밖에 무료 공개가 되지 않은터라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을 훑어보긴 어렵지만 전체 웹툰의 ‘퀄리티’는 높은 편이다. 독특한 작화와 스토리로 유명한 ‘홍작가’가 펜대를 잡아 독자들의 기대를 더 높였다. 홍작가는 2015년 ‘스타워즈’ 한국개봉을 앞두고 디즈니의 요청으로 영화의 이전 이야기를 그려내기도 했다.
‘승리호’는 영화를 단순히 보조하기 위한 웹툰이 아니다. 홍작가의 개성있는 작화와 연출로 이미 독자적인 웹툰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공개된 4회차까지 진행되는 전개만 봐도 세계관 측면에서도 새로운 점이 많다. 2092년 ‘승리호’의 배경은 국가가 아닌, 기업이 나라를 총괄하는 세계관이 특징이다. 이 같은 설정은 일본 게임 ‘파이날 판타지7’(신라컴퍼니) 등 기존 해외 IP에서도 종종 나왔던 것이지만 국내 콘텐츠에선 드문 케이스다.
웹툰에서 등장한 주인공은 ‘태호’는 기동대 최연소 격추 기록을 갖고 있는 에이스다. 영화에선 배우 송중기가 연기한다. 태호는 거대 기업 UTS에서 기동대에 몸 담고 있지만 밀수선을 운반하는 ‘마녀’를 쫓다가 자신의 정체성에 점차 혼란을 느끼게 된다. UTS의 수장 설리번은 테스트를 위해 살상용 안드로이드 로봇을 마녀 추적에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태호는 로봇이 어린 소녀까지 살상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태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승리호’에 몸담게 될지 향후 전개가 흥미롭다.
아직 초반부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평가하긴 어렵다. 다만 SF 세계관을 새롭게 구축하고 영화와 웹툰으로 유니버스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스토리다. 국내 SF 장르물이 이제까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만큼 독자 및 시청자들의 의구심을 깨주는 게 숙제다. 과거 국내 작품들의 경우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 같은 편견을 없애주는. ‘확실한 스토리 라인’이 향후 ‘승리호’가 입증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