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 땐 ‘총알받이’ 쓰고…'4명 정원' 보좌진, 3년간 20번 바꾼 의원들
by김미영 기자
2019.05.03 06:00:00
국회 정보공개 청구로 ‘20대 보좌진 임면현황’ 보니
의원 33명이 10명 넘게 교체..초·재선도 다수
“일 많이 시키고, 욕설도…의정활동 파트너로 인정받길”
[이데일리 김미영 한정선 기자] 최근 여야4당의 선거제 개편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과정에서 ‘동물국회’ 행태가 재연된 가운데,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보좌진 동원 논란이 일었다. 보좌진들이 이처럼 ‘총알받이’로 나선 배경엔 신분의 불안정성도 한몫한다는 분석이 높다. 임면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눈밖에 나면 언제든 짐을 싸야 하는 ‘하루살이’ 신세인 탓에 의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단 얘기다.
2일 이데일리가 국회 사무처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20대 국회의원 보좌직원 임면현황’을 보면, 국회 보좌진들의 임면이 얼마나 잦은지 확인된다.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2016년5월30일부터 올해 4월중순까지 3년여 동안, 의원실에서 주요하게 정책, 정무 역할을 담당하는 4급 보좌관과 5급 비서관 각 2명씩 4명 자리에 20번 이상을 바꾼 의원이 셋이나 됐다. 정년 도달과 같은 당연퇴직을 제외한 의원면직, 직권면직만 센 결과다.
현재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국당 P의원(3선)은 이 기간 동안 4급 보좌관을 7번, 5급 비서관을 14번 교체했다. 같은 당 소속인 S의원(5선)도 4급 9번, 5급 11번 등 총 20번을 바꿨다. 민주당 소속 Y의원(3선)도 4급과 5급을 각각 10번씩 교체했다. 의원실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4,5급 보좌진의 수명이 1년도 채 안된단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S의원 측은 “국회 보직을 맡았던 때에 별도 인원을 추가로 배정받아 임면직이 더 많았던 듯 싶다”고 했다. Y의원 측은 “선거 출마자와 청와대 이직자, 질병휴직자, 내부 승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의원면직 횟수는 20번이지만 실제로 면직돼 퇴직한 보좌진은 11명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교체율이 가장 높은 의원 세 명은 모두 다선 중진이지만, 초선과 재선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에선 초선 의원과 재선 의원 2명이 각 16명, 초선 1명이 14명을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당에서도 재선 의원 1명이 15명을, 현재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재선 의원이 13명을 각각 내보냈다. 바른미래당 초선, 민주평화당 재선 의원도 각각 17명, 13명을 의원면직 처리했다. 여기에 민주당 의원 4명, 한국당 의원 3명이 12명씩 보좌진을 교체했는데 3선 이상은 당마다 1명뿐이다.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거나, 주요 당직자를 지낸 의원이었다. 이외에도 11명을 바꾼 의원이 8명, 10명 교체자는 9명이었다. 국회의원 전체 300명 중 33명, 10% 가량은 4,5급 직원을 10명 넘게 교체했단 의미다.
물론 국회 보좌진의 퇴직이 모두 의원들의 해고에 의해 이뤄지는 건 아니다. 보좌진 개개인이 여건·환경이 더 좋은 직장 혹은 의원실로 이동하거나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퇴직하는 경우도 있다. 20대 국회에선 특히 민주당에서 6.13 지방선거 출마, 문재인 청와대로의 이동 등이 적잖아 보좌진 교체가 상대적으로 활발했다.
그러나 보좌진 드나듦이 잦은 의원실은 통상적으로 일하기 녹록지 않은 방으로 간주된다. 한 전직 비서관은 “의원이 시키는 일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고, 다른 전직 보좌관은 “의원이 불러 주말에도 늘 지역구 사무실에 나가야 했다. 다른 직원들 앞에서 모욕을 주고 욕설을 하기도 해서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처음 발탁한 보좌진들과 꾸준히 의정활동을 함께 하는 의원들도 눈에 띈다. 민주당에선 원혜영·한정애·금태섭·윤일규·이상헌 의원 등이, 한국당에선 이진복·경대수·김선동·이은재·박성중·송희경·윤종필 의원 등이 20대에서 4,5급 보좌진에 변화가 없었다. 오신환·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과 강길부 무소속 의원도 마찬가지다. 한 현역 보좌관은 “의원들마다 성향이 다르지만, 대개는 선수가 쌓이면서 합이 잘 맞는 보좌진들이 남게 된다”며 “선수 낮은 의원실의 보좌진이 진득하게 있을 수 있는 건 행운”이라고 했다. 다른 보좌관은 “일부 의원들이 보좌진을 쓰고 버리는 소모품처럼 대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의원들이 보좌진을 의정활동의 파트너로 인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