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포기한 한화 김승연…아시아나항공에 올인하나
by김미경 기자
2019.04.23 05:20:00
31년 만에 M&A시장 나온 국적사
아시아나 품으면 LCC 2곳도 품에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 불참 한화
10대그룹 중 유일 항공산업 영위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인수합병(M&A)의 귀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빅딜에 유력 후보자로 떠올랐다. 당초 롯데카드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혀왔던 한화그룹이 최종 입찰에서 발을 빼면서다.
시장에서는 한화가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항공업 진출은 김승연 회장의 오랜 숙원인 만큼 아시아나 인수전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공격적 M&A로 회사를 키워온 한화가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2015년 삼성 방산산업 인수 후 4년만의 빅딜에 나서는 셈이다.
22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19일 마감된 롯데카드 본입찰에 불참했다. 한화생명은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온 중간금융지주의 정점에 있는 핵심 금융계열사로 롯데카드 인수를 준비해왔다. 한화생명은 입찰마감 하루 전까지도 인수전 참여를 공언했다.
롯데카드는 한화그룹이 눈여겨보던 매물이다. 인수합병(M&A) 전문가인 여승주 사장이 한화생명 대표이사로 취임한 데다 그룹 차원에서 금융업 확대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롯데카드 입찰 5일전 갑작스레 M&A 시장에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화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하는 건 무리란 시각이 많았다.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상 대금은 시장 추산 약 1조5000억~2조원대”라며 “롯데카드 적정 인수가액이 약 1조원으로, 2개 매물을 동시에 인수하기에는 자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만큼 아시아나항공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본입찰 불참으로 한화는 1조원 이상의 실탄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불참 이유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롯데카드 본입찰 참가 포기는 계열사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현 단계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식 한화생명 상무도 “M&A 담당 부서가 결정한 것으로 불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사업 관련 시너지 등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주력인 방산산업이 항공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잠재적 인수 후보로 꼽혀왔다. 한화는 10대 대기업 집단 중 유일하게 항공 관련 산업을 유지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항공 정비 등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김승연 회장 역시 항공사업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단순히 사업 시너지를 떠나 숙원사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김 회장은 최근 수년간 국내 방산회사들을 하나씩 인수하며 한화를 ‘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해왔다. 록히드마틴은 세계 최대 우주항공·방위산업 회사로 전투기 중심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화가 한국항공공우주(KAI)와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 인수설에서 거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한화는 그룹 자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항공기 엔진 부품을 생산하고 있어 항공업 연관성이 깊다. 한화시스템은 레이더 등 첨단장비를 생산중이다. 최근엔 베트남에 대규모 항공엔진부품 공장을 짓는 등 항공 방위산업 육성에 집중해왔다. 2017년 청주 기반 LCC 에어로케이에 160억원을 투자했다가, 지난해 초 운항 면허를 받지 못하자 회수한 적도 있다.
특히 진입 장벽이 높은 항공업계에서 31년 만에 매물로 나온 국적 항공사인 데다, 계열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저비용 항공사(LCC) 면허 2장을 덤으로 챙길 수 있는 ‘통매각’ 방식으로 추진돼 인수 매력이 한층 높다는 게 재계 생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6개월 가까이 이어진 롯데카드 인수 작업에서 한화가 막판에 손을 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화는 M&A를 통해 성장해온 기업으로 김 회장은 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방위산업과 화학사업 중심으로 대규모 빅딜을 진행해 성공적으로 몸집을 키워왔다”며 “LCC 투자 전력도 있고,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 전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M&A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기업마다 이번 인수전에 경쟁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