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신기방기]환경론자들이 '100% 식물성 콘돔'에 열광하는 이유

by정다슬 기자
2019.04.07 06:00:00

세계 각국의 새롭고 신기한 기술 이야기(新技邦記)
천연고무로 만들어지는 라텍스…바다로 가면 4년간 분해 안돼
우유에서 뽑아내는 카제인·석유에서 뽑아내는 실리콘 오일도 고민
친환경 분해·재활용으로 환경과 즐거운 성생활을 동시에 지켜

△서스테인 네츄얼이 만든 친환경 콘돔 [사진=서스테인네츄럴 홈페이지 캡처]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콘돔은 원하지 않는 임신과 에이즈와 같은 성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합니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19세기의 가장 큰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순간의 즐거움이 끝나고 쓰레기통, 변기 등에 버려지는 콘돔에게는 환경론자에게 큰 딜레마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콘돔의 재료로 사용되는 고무(라텍스)가 천연 성분이라 자연에 피해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바다로 들어가면 약 4년 정도 썩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게다가 대부분 콘돔들은 천연고무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유에서 뽑아낸 단백질인 카제인을 넣어 부드러움 질감을 연출하고 마찰로 콘돔이 파열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발라놓은 미끌미끌한 액체는 주로 석유에서 뽑아내는 실리콘 오일이죠.

이같은 문제의식을 발판으로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성생활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딸과 아버지가 함께 운영하는 미국 회사 ‘서스테인 네츄럴’(Sustain natural)은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된 천연고무를 이용해 콘돔을 만들며 카제인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독일 콘돔 회사인 ‘에인호르’(Einhorn) 역시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된 100% 천연고무만을 이용한 이른바 ‘식물성 콘돔’을 만듭니다.

양의 장 일부로 만든 콘돔도 있습니다. 트로이잔이 만든 내츄럴램(Naturalamb)은 분해가 빨라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마치 착용하지 않은 듯한’ 생생한 느낌을 연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단, 성병 위험을 차단하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이들 기업은 실리콘 오일을 대신할 천연제품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코코넛오일과 같은 천연오일은 라텍스를 얇게 만들기 때문에 콘돔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서스테인은 알로에 성분을 활용한 수용성 오일을 만들어 냈니다.



서스테인의 공동창업자 미카 홀랜더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윤활유를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나는 친구들과 고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이것이 그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세계 첫번째 분해되는 바이브레이터인 가이아에코
친환경 성인용품 시장은 최근 콘돔, 윤활제 등 필수적인 용품들을 넘어 성인용 장난감 시장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블러쉬 노벨티스(Blush Novelties)는 지난 1월 ‘세계 최초 생분해 바이브레이터’인 ‘가이아 에코’(Gaia Eco)를 내놓았습니다.

옥수수 전분 등을 이용한 ‘썩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이 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 환경 운동가 로렌 싱어(Lauren Singer)는 자신의 가게인 ‘패키지 프리숍’에 들어온 가이아 에코가 엄청난 속도로 완판됐다며 “사람들이 완전 미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캐나다 토론토의 협동조합 섹스샵 ‘컴에스유알’(Come As You Are)은 성인용품의 재활용 사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컨에즈유알은 성인용 장난감을 멸균해 재활용업자에게 넘겨줍니다. 이후 실리콘은 런닝트랙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컴에즈유알 공동 사장인 잭 라몬은 “100% 실리콘은 그 어떤 화학물질도 내뿜지 않으며 말그대로 영원하다”며 “성인용품의 재활용은 섹스산업에 종사할 수 있는 가장 친환경적인 소비유형”이라고 자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