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루이스 지원사격…현대차 천군만마

by피용익 기자
2019.03.11 05:00:00

엘리엇과 주총 표대결 ''청신호''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미국의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 루이스가 현대자동차(005380)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의 제안에 반대하고, 현대차 측 제안에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엘리엇과의 표대결을 앞둔 현대차는 막강한 우군을 등에 업게 됐다.

특히 글래스 루이스는 지난해 5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냈던 곳이란 점에서 이번 주주 권고에 현대차가 느끼는 안도감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글래스 루이스는 최근 발표한 의결권 자문 보고서에서 엘리엇의 주주 제안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글래스 루이스는 엘리엇이 1주당 2만1967원(보통주 기준)의 배당을 제안한 것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하면서 “이번처럼 대규모 일회성 배당금을 지급해 달라는 제안에 대해 주주들의 지지를 권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글래스 루이스는 또 사외이사 선임 의안에서 현대차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사외이사 후보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해 달라는 엘리엇의 요구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고했다.

글래스 루이스는 “사측이 제시한 사외이사들은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며 “최근 회사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투자 분석, 자본 관리, 기업 거버넌스 분야에서 충분한 경험을 보유한 후보들이 이러한 계획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다만 글래스 루이스가 모든 안건에 대해 현대차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다. 현대차의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냈다. 감사보고서 등 감사 완료에 대한 명확한 공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지난 3월7일 감사 완료 시점에 맞춰 감사보고서를 공시했다”며 “감사보고서 공시 이전에 이번 리포트가 작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글래스 루이스는 회사가 제안한 사내이사 후보인 이원희 사장과, 알버트 비어만 사장에 대해서도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겸직, 이사회 독립성 필요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김정훈 기자)
글래스 루이스의 권고로 인해 현대차 회사측 제안이 주주 관점에서 훨씬 더 설득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엘리엇이 문제삼아 온 신사옥 건립 문제도 주주가치 훼손을 최대한 피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 입장에선 주총 표대결이 점점 불리해지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자체 개발이 아닌 외부 투자자와의 공동개발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해외 연기금, 국부펀드, 글로벌 투자펀드, 국내 기업 등 국내외 투자자들과 비공식적으로 접촉해 GBC 건립 공동 개발을 타진하고 있다. 공동개발 방식은 현대차그룹과 외부투자자들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4년 토지 매매계약 당시 10조5500억원의 대금을 현대차 55%, 현대모비스 25%, 기아차 20% 등의 비율로 나눈 바 있다. 건축비 역시 계열사가 분담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경영환경 변화로 인해 계획이 전면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GBC 공동개발은 건립비용 투입에 대한 주주와 시장의 우려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엘리엇은 “강남 신사옥을 개발하는데 수조원의 자금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돼 크게 우려된다”며 “초기 투자자금이 4조~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같은 대규모 지출은 주주가치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GBC 비용을 줄여 최근 발표한 45조3000억원 규모 미래투자 계획의 재원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