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살리고 공공주택 짓고..'일몰' 앞둔 도시공원 '일거양득'

by박민 기자
2018.12.28 04:04:00

국토부 ''장기미집행 공원'' 택지지구 지정키로
부천 역곡, 고양 탄현 등 4곳
LH 등이 공원 예정부지 매입 후
80~80% 공원 지어 지자체에 기부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박민 기자] 정부가 장기 미집행 공원부지를 공공주택지구로 활용하려는 방안이 2년도 채 남지 않은 ‘도시공원 일몰제’의 새로운 출구전략으로 떠올랐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정부·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주인의 재산권 행사를 위해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도록 한 제도다. 공원 부지에서 풀리면 그간 가로막혔던 건축행위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난개발과 녹지 훼손이 우려되지만, 정부의 이번 ‘장기 미집행 공원부지의 공공주택지구 조성’ 방안의 경우 기존에 예정했던 공원을 짓고 주택 공급도 확보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택 공급의 한 묘책으로 ‘장기 미집행 공원부지 활용’ 카드를 꺼냈다. 오는 2020년 7월 1일부로 도시공원 일몰제로 실효되는 공원 부지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해 이곳에 공원도 조성하고 주택도 짓기로 한 것이다. 김정희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법률상 지구지정을 하고 새로운 계획이 결정이 되면 기존의 도시관리계획이나 도시기본계획 변경이 의제 처리된다”며 “즉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면 2020년 7일 1일부터 적용되는 ‘도시공원 일몰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정된 장기 미집행 공원 부지는 경기 부천 역곡, 고양 탄현, 성남 낙생, 안양 매곡 등 총 4곳이다. 도시공원 일몰제가 적용되는 공원 부지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천 역곡에서 5500가구를 짓고, 고양 탄현 3000가구, 성남 낙생 3000가구, 안양 매곡 900가구 등 총 1만 24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주민공람과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 지구 지정을 마치고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사업 방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원 땅주인으로부터 토지를 매입해 기존 미집행 공원 부지의 70% 이상을 공원으로 지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땅에 공공주택을 짓는 방식이다. 각 지자체에서 일몰제를 대비해 추진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과 방식이 유사하지만 시행사가 공공기관이라는 점과 땅 확보 면에서 차이가 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 개발사업자가 장기 미집행 공원 부지만 사들여 전체 70%를 공원으로 짓고, 나머지 30%에 민간주택 건설 등을 통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반면 이번 공공주택지구 지정은 장기 미집행 공원 부지뿐 아니라 연접한 땅까지 추가로 사들여 공원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실제로 조성되는 공원 면적은 더 크다.

김 단장은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공원과 개발되는 택지 비율이 7대 3이라면 이번 지구 지정은 8대 2 또는 9대 1로 공원으로 조성되는 면적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사업시행사로 LH나 각 지자체 도시공사 등이 나서는 만큼 그간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안고 있던 사업자 선정 특혜 시비 우려도 줄이고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실제 고양 탄현의 경우 탄현근린공원 부지를 포함해 공원 앞의 훼손된 땅까지 추가로 매입해 전체 면적 41만5000㎡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다. 이를 통해 장기 미집행 공원 부지 32만1000㎡ 가운데 78.8%인 25만3000㎡를 공원으로 만든다. 성남 낙생근린공원은 예정된 공원 부지(5.9㎡) 면적 대비 실제 조성 비율이 5.5㎡ 규모로 93.6%에 달한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이번 지구 지정 방안은 민간공원 특례사업에서 나타나는 개발사업자 특혜 시비를 비롯해 과도한 용적률 부과, 부동산 투기 등의 부작용도 불식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라며 “지자체의 해묵은 과제였던 공원 조성은 물론 땅주인의 보상 관련 민원도 한꺼번에 해결하는 일거양득의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장기 미집행 공원부지를 직접 사들여 주택 건설과 함께 공원도 짓기로 하면서 지자체도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간 2년도 안 남은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부지 매입을 위해 예산을 확보해야 했지만 천문학적인 매입 비용으로 사실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오는 2020년 7월 실효를 앞둔 장기 미집행 공원 부지는 전국에 총 2156곳, 367.6㎢에 달한다. 이를 사들이기 위한 순수 토지 매입 비용만 총 4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몰제 전까지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고선 공원을 지킨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천만다행으로 LH가 직접 토지를 매입해 공원을 조성한다니 한 시름 놓게 됐다”며 “다만 교통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 이에 따른 교통대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3차 수도권 공급 계획을 결정할때 지자체 의견을 수렴해 장기 미집행 공원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이 과정에서 기반시설 조성에 대한 조치도 함께 논의하며 대상지를 물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