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통령 "美아이폰 '보이콧'..韓삼성 있다"

by이준기 기자
2018.08.15 06:05:56

美제재 대응해 美전자제품 불매 선언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터키 대통령이 미국의 제재에 대응해 아이폰을 비롯한 미국 전자제품을 보이콧(boycott·불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아이폰을 갖고 있다면 다른 편엔 삼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아이폰 대신 한국 삼성 스마트폰 구매를 독려하겠다는 의미다.

1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TV연설에서 “터키가 자체적인 (전자) 제품의 생산과 수출을 지속해야 한다. 미국 제품은 제재를 받을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그러면서 비너스와 베스텔 등을 지목하면서 “우리의 자체 휴대폰 브랜드도 있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미국의 제재를 ‘경제전쟁’으로 재차 규정하면서 국민에게 리라화의 가치 보존을 위해 달러화·유로화를 팔 것을 호소했다. 이어 “우리는 힘을 합쳐 달러와 환율, 인플레이션, 금리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며 “우리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보호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전날(13일) 앙카라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미국은 한쪽으로는 전략적 동반자라고 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전략적 동반자의 발 앞에 총을 발사했다”며 미국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속한 미국은 전략적 동반자의 등에 칼을 꽂았다”라며 “그런 행동이 가당하기나 하나”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양국은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구금을 놓고 격한 갈등을 빚고 있다. 브런슨 목사는 1993년 터키에 입국해 2010년부터 서부 이즈미르에서 교회를 이끌어오다 2016년 10월 테러조직 지원과 간첩죄 등의 혐의로 구속된 뒤 현재 가택연금 상태에 처해 있다. 미국은 지난달 말 브런슨 목사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면서 터키에 대규모 제재를 내리겠다고 엄포를 놨었다. 결국,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 정부의 법무장관과 내무장관을 제재했다. 이에 양국 대표단은 지난주 워싱턴D.C에서 목사 구금과 무역갈등, 시리아 문제 등 충돌 사안들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고자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빈손으로 헤어졌다.

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에 따라 경제가 완전 패닉상태에 빠진 터키 측의 세르다르 킬리츠 미국 주재 터키대사가 전날 백악관의 존 볼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 접촉했으나 타박만 들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볼턴 보좌관이 킬리츠 대사에게 ‘브런슨 목사가 석방되기 전까지는 터키 정부와 협상할 뜻이 없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