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소진에.."상승 변곡점" vs "추세 전환 아냐" 팽팽
by성문재 기자
2018.07.24 05:40:00
강남 중개업소 "매물 거둬들이고 있어"
재건축 이주 시작되자 상승 기대감
전문가 "상승국면 조기전환" 전망에
"거래량 적어 상승세 못 탈것" 의견도
[이데일리 성문재 박민 경계영 기자] “인터넷에서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21억5000만원 짜리 매물 보고 전화했어요.”(매수 희망자 A씨)
“그 가격 물건은 벌써 매매계약 체결됐습니다. 며칠 전에는 22억원 짜리 다른 매물을 사겠다는 분이 있어서 계약날짜를 잡았는데 그날 매도자가 결국 안 나왔어요. 더 오를 것 같으니까 못 팔겠다는 거죠.”(서초구 반포동 H공인 관계자)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에 매기가 붙기 시작했다. 정부가 내놓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안이 큰 위협을 주지 못한 상황에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전세와 매매 수요가 시중 매물을 하나둘씩 소화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주택자들이 지난 4월 양도세 중과 시행 전에 상당수 주택을 처분한 상태여서 시장에는 예전보다 매물이 많지 않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수요도 줄어 주택시장은 최근 4개월간 꽁꽁 얼어 붙어 있었다. 수요 증가 속도가 향후 시장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서초구 일대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가 줄줄이 시작하면서 이 일대는 물론 강남권으로 수요가 도미노처럼 옮겨붙는 모양새다. 신반포3차·경남, 신반포23차 등 2400여가구가 이번 달 이주에 들어가고, 다음달에는 반포우성 아파트 408가구가 이주를 시작한다. 송파구 미성·크로바 아파트 1350가구도 이달부터 이주한다. 오는 4분기에 예정된 이주 물량은 이보다 더 많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셋째주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0.32% 뛰었다. 전세가격 상승은 매매가격을 밀어올렸다. 같은 기간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매매값은 15주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 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O공인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거래가 주춤해지면서 호가를 5000만~1억원 낮춘 급매물들이 나왔다가 다 소진됐고 최근에는 다시 호가를 2000만~3000만원 올려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엘스를 포함해 주변에서만 최근에 7~8건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 J공인 대표는 “보유세 인상이라는 큰 태풍이 올 것으로 보였지만 예상보다 파급효과가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더 빠르게 사라졌다”며 “자금 여력이 충분한 투자자들 또는 본인 집을 팔거나 전세 만기된 사람들이 매매수요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강남구 개포동 S공인 관계자는 “매수 문의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껑충 뛰었던 강남권 아파트값이 어느정도 조정을 보인 만큼 현금 10억원 정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전세 끼고 사겠다며 매수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거래량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삼성동 A공인 관계자는 “팔 사람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전에 다 팔아서 이제는 세금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만 남아 있다”며 “매도인들에게 매수 문의가 좀 있을 때 가격 낮추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면 ‘급한 것도 아닌데 그럴거면 차라리 증여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시장 흐름 변화에 대한 전문가들간 진단은 엇갈렸다. 하반기 상승 전환이 생각보다 빨리 시작됐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일시적인 반등에 불과한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정훈 미래가치투자연구소 소장은 “경험적으로 보면 상승추세에서는 아무리 강력한 규제 정책이 나와도 단기적으로 3~5개월 꺾였다가 다시 추세대로 상승해왔다”며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지금처럼 고강도 규제가 이어졌지만 서울 집값이 50% 이상 뛰었는데 지금과 똑같은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그런 경험이 없다보니 눈치를 많이 보고 신중한 편인 반면 다주택자들은 추가로 더 매입하겠다는 의향이 크다”며 “특히 강남권과 용산구, 마포구 등 이전부터 선호도가 높았던 지역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이번달 잠원동 신반포 자이(607가구)가 입주 예정이고 연내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등이 차례로 입주한다”며 “통상적으로 새 아파트는 입주 시점에 값이 더 오르는 편이다보니 강남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추세 전환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1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일평균 178.7건이다. 지난달 160.5건보다는 늘었지만 지난해 7월 466.5건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움직임은 단순히 박스권 장세에서 급매물이 청산되면서 이뤄지는 거래로 보인다”며 “서울 용산과 여의도에서 불을 지피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지난 몇년간 가격이 크게 올랐던 만큼 힘이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 용산 개발을 언급하면서 주변 지역이 들썩였고 청량리 청과시장 개발과 신길·영등포뉴타운 개발 등 지역별 이슈로 상승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라며 “개발호재가 있는 일부 지역 중심으로 국지적 상승이 나타난 것일 뿐이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나 지방은 정부 규제가 지속되면서 주택시장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