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코' 품고 2년만에…삼성전자, 美빌트인 시장 뚫었다

by김겨레 기자
2018.06.28 06:00:00

데이코 명성 앞세워..진입장벽 높은 B2B 넘어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국제가구박람회 ‘유로쿠치나 2018’에 참가해 데이코 빌트인 패키지를 선보였다. 사진=삼성전자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데이코’를 인수한 지 2년 만에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북미 건설업체와 잇따라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기업 간 거래(B2B)에 집중하고 있다.

2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최근 미국 주거용 부동산 개발업체 ‘코틀랜드 파트너스’에 가전제품 공급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코틀랜드 파트너스는 미국 전역에 4만8000개동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관리하는 부동산 투자 및 관리회사다. 삼성전자는 코틀랜드파트너스의 인테리어 시공사이자 도매업체인 ‘카스크 산업’에 빌트인용 프렌치도어 냉장고와 식기세척기, 스테인레스 스틸 가스레인지 등을 공급하게 됐다.

이번 계약은 일회성 공급계약이 아닌 다년간 계약 조건이어서 삼성전자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텍사스 주 휴스턴 아파트단지 3곳에는 이미 삼성 빌트인 제품을 설치했으며, 템파, 아틀란타, 피닉스 등 미국 전역 20개 도시에 새로 지어지거나 리모델링하는 아파트에도 설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최근 플로리다 주 등 미국 남부에 기반을 둔 건설사 ‘메달리언 홈’과도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메달리언 홈은 고급 주택과 별장 등을 짓는 회사다. 삼성전자는 메달리언 홈이 새로 짓는 주택에 기본형 셰프컬렉션 빌트인 패키지부터 2000만원대를 호가하는 데이코 프리미엄 패키지 등을 공급한다.

부동산업체와의 연이은 계약은 삼성전자가 2016년 데이코를 인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북미 가전시장의 15%, 유럽 가전시장의 40% 이상이 빌트인 시장인데 대부분 건설업체와 B2B 거래로 이루어져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윤부근 당시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이“백색가전 사업을 하면서 가장 아픈 곳이 빌트인 시장”이라며 “빌트인 시장은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해 기존 강자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어 주저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창업주 스탠리 조셉이 1965년 설립한 데이코는 정통 프리미엄 가전 제조를 3대째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는 브랜드다. 북미 시장, 특히 진입이 어려운 주택 건설·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명성이 높다. 데이코의 연매출은 약 500억원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GE(제네럴일렉트릭)와 월풀 등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보쉬, 일렉트로룩스, 밀레 등이 빌트인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6년 빌트인 사업을 시작해 2008년 미국에 진출했으나 쿡탑과 식기세척기, 오븐, 냉장고 등 풀라인업 빌트인 패키지는 데이코를 인수한 2016년에야 판매하기 시작했다.

톰 하포드 삼성전자 미국법인 부사장은 “최근 주택 구매자들은 단순하면서도 자신의 삶에 영감을 줄 수 있는 기술을 원하기 때문에 집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삼성은 보급형부터 프리미엄 패키지까지 다양한 빌트인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데이코를 국내 시장에도 출시할 계획이다. 아직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매출에서 빌트인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나 앞으로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국내 빌트인 시장은 연간 1조원 규모로, 분양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됐으나 최근 리모델링 수요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는 삼성·LG전자(066570)와 밀레, 지멘스 등 유럽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