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전쟁]글로벌 전기차 개발·생산 '기준' 된 中…이제 겨우 시동 거는 韓

by김보경 기자
2017.11.06 05:03:00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전 세계 전기차 개발 움직임을 중국이 주도하면서 자동차 업계 지형도마저 크게 바뀌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글로벌 전기차 기술 및 생산·판매의 기준이 되고 있으며, 주요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속속 전기차 개발과 생산의 중심축을 중국으로 이동시키는 ‘대규모 러쉬’가 이뤄지는 형국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 6월 중국 장화이자동차와 손잡고 중국 내 ‘1호’ 전기차 합자법인을 세웠다. 합자회사 지분은 양사가 각각 50%씩 보유하며, 총 투자액은 60억위안(약 1조원)이다. 폭스바겐은 이 합자기업을 통해 전기차 연구개발(R&D) 및 생산·판매·공유서비스 등을 제공하게 되며, 첫 전기차 생산은 내년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CEO는 “양사의 협력이 중국 전기차 미래 발전에 중대한 기여를 할 것이라 믿는다”며 “향후 중국 시장의 수요를 만족하기 위해 다채로운 전기차 제품군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8월 상하이자동차(SAIC), 울링자동차와 합작한 소형 전기차 ‘바오준 E100’을 중국 내 선보이는 첫 번째 전기차로 출시했다. 이미 내연기관차 생산에 있어 상하이자동차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는 GM은 이 관계를 전기차 R&D 및 생산·판매로도 확장하고자 하며,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볼트EV를 중국 현지에서 연간 15만대 규모로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도 지난 8월 중국에서 둥펑자동차와 함께 합자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계약을 맺었다. 합자 지분은 둥펑이 50%, 르노-닛산이 각각 25%씩이다. 이들은 신형 스마트 전기차를 개발해 오는 2019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후베이성에 연산 12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미국 포드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7%를 차지하고 있는 중타이(Zotye)자동차와 손을 잡았다. 중국 안후이성에 본사를 중타이는 중국에서 배터리 전기차를 생산한 최초의 자동차 업체로, 올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대비 56% 증가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포드는 이번 중국 합자기업 설립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 내 경쟁력 확대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볼보는 최근 차세대 전기차 개발을 위한 새로운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볼보와 지리의 새로운 전기차 합작사의 이름은 ‘GV 오토 모빌 테크놀로지’로 지리(Geely)와 볼보(Volvo)의 앞글자를 합쳐지었다.



특히 볼보는 2019년까지 모든 차종에 전기 모터를 장착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전통적 완성차 제조사 가운데 처음으로 ‘내연기관 종식’을 선언한 바 있다. 내년 중반부터 중국 청두에 들어설 폴스타생산센터에서 제작 판매할 폴스타1을 시작으로 2019년 하반기에는 폴스타2를 출시할 계획이다. 볼보는 폴스타2로 테슬라 모델3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다임러그룹(벤츠)-북경자동차·BYD(비야디), BMW-창정(그레이트월)자동차, 혼다-광저우자동차·둥펑자동차, 콘티넨탈-NIO 등이 중국 내 합자기업 설립과 전기차 생산을 위한 합종연횡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외국 자동차 업체의 전기차 투자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미국 테슬라가 최초로 합작사 없이 중국에 생산 공장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테슬라는 최근 중국 상하이 자유무역구에 독자 공장을 설립하기로 상하이시 정부와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설립과 관련한 테슬라와 상하이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양측은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 회담을 앞두고 발표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인 현대자동차(005380)도 현지 생산·판매법인인 베이징현대(BHMC)를 통해 지난 8월 ‘엘란트라 EV’를 공식 출시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사드 보복이라는 악재를 만나면서 전기차 판매에 난항을 겪고 있다. 내년 초와 하반기 각각 ‘쏘나타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링동 PHEV’를 출시할 계획이며, 2020년까지 총 6종의 친환경차를 중국 전역에 판매한다는 전략이지만 다른 글로벌 경쟁 업체와 비교하면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이 현주소다.

현대차는 중국 전용 전기차 신차 출시와 함께 현지 기업과의 협업으로 숙제를 풀어갈 계획이다.

지난 26일 열린 3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구자용 IR 담당 상무는 “중국은 ‘신에너지 자동차 크레딧 프로그램(NEV)’ 도입으로 신에너지차 판매 비중을 2019년 10%, 2020년 12% 수준까지 확대해야 하는 등 기업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중국 정부의 친환경차 확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로컬 업체와의 유연한 협업 구축 필요성이 대두하는 중이며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쌍용자동차는 중국의 전기차 확대 정책 때문에 중국 시장 진출이 무산됐다. 쌍용차는 지난해 10월 중국 현지 완성차 생산공장 설립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중국 산시기차그룹과 LOI(합자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최근 “시안 합작공장 설립이 잘 되지 않았다”며 “중국의 새 법안은 전기차 등 친환경 차 생산이 병행되지 않으면 생산 인가가 나지 않고, 수입차 브랜드도 중국의 연비 목표에 맞추지 못하면 현지에서 사업하기 매우 어려워진다”며 “대안으로 현지 전기차 업체와의 아웃소싱(외주) 협력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중국업체 전기차의 품질 문제 등이 고민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