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독점한 `OLED`…원조는 옛 필름 강자 `코닥`?
by양희동 기자
2017.09.16 04:00:33
美 코닥 연구원이 OLED 소자 첫 개발
AMOLED 양산은 삼성SDI가 세계 최초
LGD, 코닥 OLED 인수..원천 기술 확보
대형과 중소형 모두 압도적 세계 1위
|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플렉서블(flexible) OLED.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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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미국 애플이 아이폰 10주년 기념작인 ‘아이폰X’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처음 탑재하면서, 전 세계 OLED 패널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한국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은 여전히 LCD(액정표시장치)의 비중이 OLED보다 높은 상태다. 그러나 OLED는 LCD와 달리 픽셀(Pixel·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점)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LCD와 달리 백라이트가 필요 없다. 또 화면을 얇게 만들거나 구부리거나 말 수도 있어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LCD의 경우 중국이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한국 업체들은 일찌감치 LCD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OLED로의 전환을 지속해오고 있다.
최초의 OLED 소자를 개발한 회사는 한때 필름의 대명사로 불렸던 ‘코닥(KODAK)’이다. 지난 1987년 미국 코닥의 연구원이던 덩칭윈 박사와 스티븐 밴슬라이크 박사는 태양광 셀을 연구하던 중 OLED 소자를 발명했다. 그러나 코닥은 필름 사업에 몰두하면서 디지털카메라의 출현과 함께 몰락을 길을 걸었고, OLED 상품화로도 큰 수익을 거두진 못했다.
우리나라에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첫 연구를 시작해 1994년 OLED 연구 논문을 발표됐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정부도 OLED를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을 시작했다. 오리온전기(2003년 최종 부도)는 업계 최초로 OLED 상용화에 나서기도 했다.
실질적인 OLED 상용화에는 삼성과 LG(003550) 등 두 기업의 역할이 가장 컸다.
삼성은 삼성SDI(006400)가 휴대전화 시장을 겨냥해 PM(수동형)OLED를 1999년 개발했고 2002년에는 양산을 시작했다. 또 현재 주력이 된 AM(능동형)OLED도 원천기술을 가진 코닥과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삼성SDI가 2007년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사업을 이어받아 10인치 이하 중소형 OLED 분야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96%에 달하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LG도 1998년 LG전자(066570)가 PMOLED를 개발하는 등 OLED 분야에 오랜 관심을 기울여왔다. 본격적으로 AMOLED 분야에 뛰어든 것은 2008년 3월 원천 기술을 보유한 코닥과 기술 협력을 시작하면서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자사가 보유한 박막트랜지스터(TFT) 특허기술과 코닥의 OLED 특허를 서로 공유, 삼성에 한발 뒤진 OLED 사업을 만회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로부터 1년 9개월 뒤인 2009년 12월엔 LG디스플레이가 코닥의 OLED 사업부문을 전격 인수해 원천 기술 자체를 확보하게 됐다. 코닥 OLED 사업 인수로 LG디스플레이는 특허 분쟁의 여지를 없앴고 안정적으로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OLED 패널의 생산·공급 능력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했다. LG디스플레이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형 OLED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7월 1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도 발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