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싸이월드에 투자한 까닭?..IT업계는 콘텐츠 확보戰 중

by김유성 기자
2017.08.22 03:06:58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삼성이 잊혀져 간 싸이월드에 50억원 상당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간 삼성벤처투자는 주로 반도체 등 하드웨어 부문에 투자했다. 국내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에 투자한 건 싸이월드가 처음이다.

업계에선 삼성이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갤럭시 생태계를 인공지능(AI)서비스로 확장하기 위해 콘텐츠 수급 및 관리 능력을 보유한 싸이월드에 전격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 제공 등에 있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복안이다. 삼성의 갤럭시 기기를 한 데 아우르는 ‘갤럭시 생태계’의 출발점인 셈이다.

특히 터치 방식의 스마트폰 검색을 위협하는 음성 기반 AI스피커가 대중화되면서, AI 스피커의 핵심 콘텐츠인 음악을 공략하는데 있어 싸이월드가 지닌 ‘미니홈피 배경음악’, ‘음악 게시판’ 등은 주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최근 IT기업별 콘텐츠·인공지능 관련 기업 제휴·인수 사례 (자료 : 각사)


삼성이 싸이월드에 관심을 보인 배경중 하나로 기존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제공되는 뉴스 서비스의 한계가 꼽힌다. 양적으로 뉴스 수가 부족하고 보기에도 어색하다는 평가다.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삼성은 플립보드 형태로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플립보드는 북미 지역에서 익숙한 형태로 사용자는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처럼 여러 뉴스를 스크롤하듯 흘려가며 볼 수 있다.

이 방식은 사용자에 필요한 뉴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뉴스에 익숙한 국내 사용자들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텍스트 중심의 나열된 기사 목록에 익숙한 국내 사용자 입장에서는 플립보드가 어색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싸이월드가 언론사 제휴를 통해 뉴스 유통량을 늘리고 삼성은 사용자들이 보다 편하게 뉴스를 볼 수 있도록 화면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스마트폰 내 뉴스보기 사용자환경(UI)를 싸이월드와 삼성이 함께 그려나가는 것이다.

다만 싸이월드는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과 직접 경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싸이월드 관계자는 “싸이월드가 살아나는 게 급선무”라며 “빅스비 등 갤럭시 생태계와의 시너지는 이후에 기대해볼 수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AI 시대 더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IT공룡들의 움직임도 삼성의 싸이월드 투자에 한 몫 했다. 네이버나 카카오는 자사 포털에 축적된 콘텐츠를 발판 삼아 AI스피커, 커넥티드카 솔루션 부문에서 앞서가고 있다. SK텔레콤은 SM엔터테인먼트와 지난 7월 수백억원대 상호 출자를 포함한 전략적 제휴 관계를 체결해 ICT기반 한류 수출에 나서기로 했고, 지난 3월 LG유플러스는 경쟁사인 KT의 자회사였던 KT뮤직에 267억 투자해 15% 지분 보유한 2대 주주가 됐다.

반면 삼성은 지금까지 콘텐츠 부문에서는 양적인 면에서 불리했다. 자사 스마트폰 구매자에 제공하기 위해 무료 음원 서비스 ‘밀크’를 출시했지만 반향이크지 않다. AI 솔루션 ‘빅스비’가 스마트폰에 탑재돼 있지만, 사용자들이 즐길만한 콘텐츠는 부족했다. 뉴스 등 콘텐츠가 풍부한 네이버나 카카오 등 포털과의 제휴가 어려웠던 것. 업계 관계자는 “AI스피커 등 디바이스 업계가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며 “경쟁자에 콘텐츠 공급이나 제휴를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싸이월드에 투자를 하고, 싸이월드가 각 언론사에 제휴 요청을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싸이월드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 싸이월드 투자는 큰 규모가 아니다”며 “다만 삼성이 콘텐츠에 관심을 쏟고, 국내 벤처 생태계 투자 활성화에 기여하려 한다는 점을 주의깊게 봐달라”고 전했다.



애플은 최근 내년 자체 콘텐츠 제작·확보에 10억달러(약 1조1415억원)를 쓴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60억달러에 이어 내년 70억달러를 자체 콘텐츠 제작에 쓰기로 했다.

애플은 이번 투자를 통해 애플 뮤직을 스포티파이 등 경쟁 서비스와 차별화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넷플릭스 등과 경쟁을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2020년까지 온라인 서비스 사업 부문이 50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가상비서 ‘에코’로 AI스피커 시대를 주도하는 아마존도 아마존프라임 등을 통해 자체 콘텐츠 확보에 적극적이며, 구글은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보유하고 있다. 페이스북도 자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더 오래 사용자들을 자신의 플랫폼에 붙잡아 놓기 위한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