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다리다 지쳐..日로 가는 화장품
by함정선 기자
2017.06.15 05:30:00
중국 사드 보복 공백 최소화..일본 시장 공략 강화
세계 3위 시장..안티에이징·혼뷰티 성장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높았던 일본 화장품 시장의 벽을 국내 중견·중소 업체들이 조금씩 허물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화장품 시장에서 중견 또는 중소 브랜드가 성공하려면 무조건 중국을 공략해야 한다는 공식이 성립됐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이후 중국만 믿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확산하며 일본으로 눈을 돌리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본 시장은 화장품 관련 시장이 크게 발달해 공략하긴 어렵지만, 시장 규모 자체가 크고 틈새시장이 많아 꾸준한 성장이 가능한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초고령화 사회로 돌입하며 ‘안티 에이징’과 ‘혼뷰티(혼자+뷰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인 ‘맥스클리닉’은 홈쇼핑을 중심으로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맥스클리닉은 피부과에서 받는 피부관리를 집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혼뷰티에 익숙한 일본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10월부터 일본 홈쇼핑에서 마사지 스틱인 ‘써마지 리프팅 스틱’ 등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첫 방송에서만 목표 금액인 1억5000만원의 220%를 달성하는 등 성과를 냈다. 대개 2차 방송은 1차 방송 후 3개월 후에나 가능한 일본 홈쇼핑 시장에서, 곧바로 2차 방송이 편성됐을 정도다.
잇츠한불은 중국 대신 일본에 공을 들이고 있는 화장품 회사 중 하나다. 1분기 잇츠한불의 매출 기여도를 살펴보면 해외 시장 중 매출 기여도가 가장 컸던 곳도 일본이다. 이미 일본 내 400개 ‘숍인숍’ 매장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와 올해는 직영점의 문을 열며 일본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스킨가든 쇼핑몰에 단독매장 1호점을 오픈했고, 올해 2월에는 도쿄 신주쿠 인근 신오쿠보 지역에 단독매장 2호점을 냈다.
일본의 오프라인 시장 진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키이스트가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화장품 브랜드 ‘더우주’는 일본의 화장품 편집숍인 ‘로즈마리’ 매장에 마스크팩 등 인기 상품을 입점하며 일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조성아뷰티는 ‘조성아22’와 ‘16브랜드’ 등의 브랜드를 일본의 스킨가든에 입점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본의 마스크팩 시장이 급성장하며 중국에 마스크팩 붐을 일으켰던 국내 마스크팩 업체들의 일본 공략도 줄을 잇고 있다. 일본 마스크팩 시장은 지난해 기준 한화 약 5000억원 규모이며 연평균 약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메디힐인 앨엔피코스메틱은 일본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화된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바이온도 일본에 바이온재팬을 설립하고 현지 회사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마스크팩 시장이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 또는 ‘극 저가 제품’으로 이분화돼 있다. 이 때문에 3000원~5000원대 합리적인 가격대의 고품질 제품 중심인 한국의 마스크팩 제품이 일본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메디힐은 현재 일본에 출시되는 제품을 모두 일본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일본 출시 제품에는 일본 아사히카세이사가 개발한 ‘벰리제’ 원단을 마스크 시트로 사용하는 등 품질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바이온은 일본 드럭스토어와 제휴를 통해 1만 점포 편의점을 중심으로 마스크팩을 공급하고 역시 일본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하며 품질 관리에 힘을 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세계 3위이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국내 업체들 중 다수가 중국 시장의 공백을 극복하기 위한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