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청년 3인이 보는 스타트업 그리고 2017 (하)
by박경훈 기자
2017.01.30 05:00:00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29일, 1부에 이어서)
| 사진 왼쪽부터 임수정 비즐링 대표, 박준홍 핸드허그 대표, 최홍우 카모니 대표.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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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하고 나서 자금 사정이 어떻게 변했나
△ 박준홍 핸드허그 대표 (이하 박) : 모든 걸 털어놓고 시작을 했다. 당연히 월급은 반년 이상 한 푼도 안 받았다. 그 중 한 명은 떠나기도 했다. 진짜 절벽에 몰렸구나 생각한 게 2016년 1월이었던 같다. 사업을 하다 보니 선제적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저희가 자체적으로 돈을 모아 그 부분을 해결했다. 계약금을 내야 하니 카드론까지 써본 적 있다. 심지어는 사채도 생각했지만 동업자가 말려서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다.
임수정 비즐링 대표 (이하 임) : 이전에 하던 기업을 인수비슷한 개념으로 대표가 됐다. 1인 회사다. 개발업무는 외주를 준다. 당장 큰 매출이 일어나지 않으니 저도 디자인 개발 외주를 받아 생활비와 운영비를 충당한다. 이러다 보니 일의 흐름이 끊기는 단점이 있다.
최홍우 카모니 대표 (이하 최) : 졸업과 동시에 ‘쪼들리며’ 살았다. 알바도 해봤고… 솔직히 집에 있을 땐 저렴하게 먹었다. 1400원만있으면 ‘햇반’과 ‘스낵면’으로 해결 할 수 있다.
-‘돈’ 이야기를 하던 중 ‘커피’ 소비 패턴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 최 : 처음에는 이수역 근처 분위기 좋은 카페서 4500원짜리 커피를 마시며 업무를 봤다. 점점 사정이 어려워졌다. 낙성대 근처 2500원짜리 커피가 있는 카페로 장소가 바뀌더라. 투자 받고 난 뒤는 사무실에서 뜨거운 물에 ‘카누’를 타서 마신다.
박 : 초반에 사무실이 을지로에 잇었다. 테이크아웃 카페였는데 3000원 초반대, 비싸야 4000원짜리 커피가 있었다. 처음 4~5개월은 ‘이 정도는 뭐…’라는 생각을 가졌다.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돈이 없어졌다. 어느 순간 1000원짜리 저가커피를 찾게 되더라. 웃긴 이야기인데 ‘떼루와’ 커피 가격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오른 적 있었다. 당시에는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지금은 저희도 1회용 커피 카누를 사무실서 마신다.
-사는 얘기 좀 해보자. 다들 어떻게 사나.
△ 박 : 신도림에 부모님과 함께 산다. 독립을 계획하고는 있다.
임 : 판교에 부모님과 함께 산다.
최 : 사당에 혼자 산다. 혼자 살기 힘들다. 집이 개판이다. 집 치울 시간도 아깝다.
-직장인이 아니라 창업자다. 친구 만나면 관심사가 많이 다를 것도 같은데
△ 최 : 확실히 다르다. 직장인들은 만나면 상사 얘기하고 어떻다저떻다 얘기를 하는데 저한테는 와 닿지 않는다. 비슷한 대표들을 만나는 게 가장 재미있다. 대표들은 부하 직원과의 갈등, 외부에 있던 일이나 사업에 힘들었던 일을 동료한테 이야기하기 어렵다. 속내를 얘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대표들과 이런저런 얘기하는 게 마음에도 잘 맞고 재미있다.
박 : 저는 아직까진 그렇진 않다. 사람 사는 건 같다 싶다. 친구 만나도 고민이 많은 건 같다. 다들 고민이 많은 나이니까… 결혼 같은 건 같은 고민이고… 친구 만나는 게 드물어지니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임 : 저는 양쪽 얘기 모두 공감이 간다. 친구들은 오랜만에 만나면 재미있다. 자주 만나서 얘기하는 건 대표들과 만나는 게 더 재미있고.
-현재 청년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 박 :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층을 관통하는 걸 보면 ‘무력감’이라 생각한다. ‘내가 해서 바꿀 수 있을까?’라는 생각. 불확실성이 높다.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며 윗세대들과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공존을 해야 하고 세대 간 배려를 해야 하는데… 사회적인 ‘부(富)’에서도 젊은 세대들이 충분히 할당받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임 : 무력감과 연결 지을 수 있는 것 같은데, 청년 창업가를 제외하고 사업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40~50대 되시는 분들이 많다. 언론상에 나오는 기사를 보면 중소기업은 ‘인재 없다’, ‘사람 뽑기 힘들다’ 얘기를 하는데 이런 곳들 연봉이 너무 낮다. 심지어 편의점 알바와 비슷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중기 사장들은 어려운 생활 하느냐? 그건 솔직히 아니지 않냐. 직원 월급을 최대한 적게 주려는 부분이 있다. 기성 세대분들이 청년을 키우려면 가진걸 나눠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청년에게 사회적 자산이 배분이 안되니 성장이 안된다.
최 : 똑같은 무력감이긴 한데 그 시작점이 어디서 시작됐을까. 우리나라의 문화 자체가 잘못 돼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입신양명(立身揚名)’ 프레임에 사로 잡혀있다. 어른들은 ‘대기업 가라’는 얘기만 한다. ‘대기업을 안가? 그럼 미친 거 아닌가’라는 반응 또 그런 대접을 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사고가 열려야 한다.
| 사진 왼쪽부터 임수정 비즐링 대표, 박준홍 핸드허그 대표, 최홍우 카모니 대표.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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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어떻게 하고 있나 혹은 생각하나
△ 최 : 여자친구와 사귄 지 5년 됐다. 그 친구 나이가 어려서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저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자금이 없다. 어떻게든 사업이 성장궤도에 올라와야 하는데… 그런 거에 많은 심적부담을 느낀다. 여자친구 집안 눈치도 보이고…
박 : 이성 만나기가 쉽지 않다. 친구들 만나도 비슷하게 생각하는데 어쨌든 창업이든 직장이든 현재 체제 안에서는 결혼자금을 100% 충당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러다 보니 부담감이 굉장히 크다. 소개를 받아도 ‘사업을 한다는 것에 대해’ 배우자, 연애 대상으로 이성이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
임 : 소개팅 들어오면 나가고 뭐 그런 수준이다. 지난해 초 깔끔하게 상대방과 헤어졌는데 반년만난 상대와 결혼하더라. 아 연애부질 없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요즘은 일이 바쁘다 보니 딱히 연애에 관해 생각은 없다.
-스트레스 어떻게 푸나
△ 최 : 저같은 경우 먹는 걸로 푼다. 최근에는 복싱으로 풀고 있다.
박 : 원래 감정 기복이 크지 않다. 혼자 카페 가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임 : 시간 있을 때 지인 만나서 맛있는 거 먹는다. 피곤할때는 죽은 듯이 몰아서 잔다.
-소망이 있다면, 또 어떤 정치지도자가 나와야 할까.
△ 최 : 규제때문에 혁신적 기업이 나오지 않는다. 규제를 없앤다는 게 나쁜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준다는 거다. 소비자가 택하지 않으면 망할 수 밖에 없을 거다. 규제 개혁이야 말로 더 좋은 사회로 나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정치지도자는 스타트업을 많이 지원해주는 분? (웃음)
박 : 투자유치 마무리한지 얼마 안됐다. 투자를 기초로 해 저희 회사가 궤도로 올릴 수 있겠끔 하고 싶다. 정치지도자 관련해선 한 번에 구조를 바꿀 수 없다고 본다. 이번 대선에서는 잘못된 걸 제자리로 돌려 놓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기틀을 잡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본다.
임 : 전 세계 어디나 스타트업 지원이 늘고 있다. 흐름이다. 이어갔으면 좋겠다.
◇ 임수정 대표는…
198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왕북초-숙명여중-계원예술고-홍익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섬유패션디자인·회화과를 졸업했다. 2014년 아트&디자인 컴퍼니 사일런트 포레스트 창업하며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했다. 혈액형은 B형, 주량은 소주 2병이다, 최근 가수 볼빤간사춘기에 빠졌다.
박준홍 대표는…
1985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수여문초-여수종고중-전남과학고-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시절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2015년 8월까지 삼성전자(005930) 전략기획팀에서 근무했다. 혈액형은 O형, 주량은 소주 1~2병,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을 좋아한다.
최홍우 대표는…
1988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효성초-경복중-대구고-성균관대 기계공학부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앱스미스를 창업해 3년간 꾸렸다. 창업 전까지 1년간 쏘카에서 근무했다. 혈액형은 A형, 주량은 소주 3병, 김연우의 ‘이별택시’를 즐겨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