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發 외국계보험사 엑소더스 현실화 '촉각'

by김영수 기자
2016.04.11 06:00:00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알리안츠생명이 추가손실을 막기위해 중국 안방보험에 300만달러(약 35억원)라는 헐값에 매각하고 떠나면서 다른 외국계 보험사도 한국시장을 철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외국계중 유럽에 본사를 둔 보험사들은 2020년부터 도입될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4 2단계(Solvency Ⅱ)가 적용되면 부채를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그 만큼 자본증자에 나서야 한다. 앞으로 3년내 상당수의 외국계 보험사가 매물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안방보험에 매각된 알리안츠생명 이외에도 PCA생명 에이스생명보험 등의 외국계 보험사가 매물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의 시장점유율(수입보험료 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보험사와의 상품 차별화 실패 △설계사 조직 약화 △저금리 기조에 따른 역마진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내리막을 걷다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15% 수준까지 하락한 상태다. 이렇게 체질이 악화된 상황에서 솔본시Ⅱ가 시행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형국이 벌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비교적 안정적인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PCA생명이 한국 시장을 떠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등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성장세는 둔화됐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한국을 떠나 규제가 덜하거나 시장을 넓힐 수 있는 동남아시아 등의 지역으로 갈아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알리안츠생명과 유사한 보험사들이 추가로 매물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생명보험사와 함께 프랑스에 본사를 둔 온라인자동차보험사인 악사다이렉트도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의 원조격인 악사다이렉트는 지난 2007년 5월 교보생명과의 지분관계를 정리하면서 최대주주가 악사(AXA.S.A)로 변경됐다. 상호도 기존 ‘교보AXA손해보험주식회사’에서 ‘악사손해보험주식회사’로 바꿨다.

하지만 경영권 인수이후 악사다이렉트가 흑자를 기록한 건 4년뿐이다. 2013년부터는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말 기준 누적적자는 700억원으로 불어났다. 악사그룹은 지난해 2월 손해율이 최악이었던 2010년 450억원을 증자한 이후 5년만에 350억원을 추가 증자했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같은 해 12월 15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데 이어 올해 또 다시 200억~250억원 정도를 쏟아 부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올해초에는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고자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56억2000만유로의 순익을 거둔 악사그룹의 경우 유독 한국에서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일반상품 판매비중을 높여 반등을 모색할 계획이지만 경쟁 격화 등으로 이익 창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