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가 매달 3000만원 버는 땅..'주차장 용지'입니다

by양희동 기자
2016.04.07 05:00:00

틈새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기
10년전 강남 청담동 주차장 매입
2006년 119억→현재 시세 220억
평택소사 1775㎡ 31억원 부지
6층 주차타워에 1·2층 상가 배치
분양수익 103억..매입가 3배
원주기업도시 6필지 143대 1
영종하늘도시 14필지 11대 1
공급 물량 나오기 무섭게 완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09년 경기도 평택시 소사벌택지개발지구 일반상업지역에 공급한 1775㎡짜리 주차장 용지는 당시 31억원(3.3㎡당 577만 5000원)에 낙찰됐다. 이 땅을 매입한 시행사는 지난해 1월 6층 짜리 주차타워를 지었고, 건물 1~2층에는 총 25개 점포로 이뤄진 상가도 배치했다. 1층 상가의 분양가는 3.3㎡당 1948만~4117만원, 2층은 1651만~1803만원 선으로 모두 계약을 마쳤다. 이 업체가 상가 분양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만 약 103억원으로, 주차장 운영 수입을 빼고도 토지 매입가의 세 배가 훌쩍 넘는다. 평택시 비전동 행복드림공인 관계자는 “주차장 용지는 상가 분양과 주차장 운영 수입을 동시에 얻을 수 있어 요즘 매입 문의가 많다”며 “2년 전 11억원에 공급된 또다른 소사벌지구 주차장 용지엔 프리미엄(웃돈)이 3억 5000만원이나 붙은 상태”라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매월 안정적인 임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오피스텔과 상가 등 기존 상품들은 공급 확대에 따른 공실 증가와 수익률 하락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급량이 한정돼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틈새 상품인 주차장 용지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얼마 전 배우 김희애씨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주차장을 운영해 매달 3000만원씩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차장 부지의 시세도 2006년 매입 당시 119억원에서 현재 220억원으로 뛰어 시세 차익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저금리 기조 속에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상업용지보다 가격은 싸고 투자 가치는 높은 주차장 용지가 틈새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수도권 택지지구에서 공급되는 주차장 용지의 경우 입찰 경쟁률이 최고 수백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 평택에 조성 중인 소사벌지구 일대 전경. [사진=LH]
주차장 용지는 주차시설 조성이 목적인 땅이지만 전체 연면적의 30%까지 상가 등을 지을 수 있다. 또 같은 면적의 상업용지보다 가격도 20~30%가량 저렴해 ‘1석 2조’의 틈새 투자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격대도 1억원대에서 수십억원대까지 다양해 선택의 폭도 넓은 편이다.

주차장 용지를 가장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방법은 LH 등이 택지지구나 혁신·기업도시 등에 공급하는 땅을 낙찰받는 것이다. 주변 상권이 조성되기 전 싼값에 용지를 선점할 수 있어 입찰 때마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강원도 원주기업도시에 공급된 주차장 용지(6필지)는 평균 경쟁률이 143대 1(최고 250대 1)에 달했다. 같은해 11월 공급된 인천 영종하늘도시 내 주차장 용지(14필지)도 최고 24대 1, 평균 1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LH는 올해 전국에 105개 필지, 총 17만 5000만㎡의 주차장 용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162개 필지·26만 5000㎡)보다 34%가량 줄어든 물량이다. LH 관계자는 “올해 주차장 용지가 공급될 지역은 대부분 지구 조성이 마무리 단계라 상권이 탄탄하게 형성되고 있는 곳”이라며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수요 증가와 주차장 용지의 희소성이 맞물려 치열한 입찰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법원 경매시장에서도 주차장 용지가 인기다. 택지지구 공개 입찰 외에는 적정 가격에 매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에 경매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에서 경매된 주차장 용지의 평균 낙찰가율은 81.9%로 지난해(44.2%)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는 2010년 이후 6년 새 최고치다. 경매 진행 물건 대비 낙찰 물건 비율을 나타내는 낙찰률(29.8%→66.7%)과 입찰경쟁률인 평균 응찰자 수(2.1명→5.3명)도 모두 곱절 이상 늘었다.

실제 올해 들어 법원 경매에 나온 주차장 용지들은 첫 경매부터 입찰이 몰리고 있다. 지난 4일 전주지법에서 처음 입찰 신청을 받은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3가에 있는 347.1㎡짜리 주차장 용지는 유찰없는 신건인데도 5명이 응찰해 감정가(2억 8219만 2300원)보다 1억원 이상 비싼 4억 58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 2월 청주지법에서 첫 경매된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주차장 용지(635㎡)도 8명이 입찰표를 써내 감정가(1억 3335만원)의 세 배가 넘는 4억 110만원에 팔렸다.

주차장 용지는 부지별로 건축 조건 등이 제각각이어서 매입 전 충분한 검토가 필수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일반상업지역 내 주차장 용지는 주변에 주상복합단지와 관공서,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높지만 주거지역 내 용지는 값이 싼 대신 수요가 적은 편”이라며 “향후 부지 인근의 상권 성장 가능성과 주차 수요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