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4.12.29 06:00:01
기업인 가석방 문제가 세밑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기업 총수의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혔기 때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최근 경제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업인 가석방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가석방 필요성을 여러 차례 밝혔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이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인 가석방 문제는 때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만하다. 가석방은 일반인과 달리 기업인에게만 주는 특혜가 아니다.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우면 누구나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기업인 가운데 가석방 대상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동생 최재원 부회장, 구본상 전(前) LIG넥스원 부회장 등 몇 명에 불과하다. 우리 국가기관의 법집행에 대해 ‘무전유죄’(無錢有罪),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정서가 팽배한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돈이 많다고 죄를 더 무겁게 묻는 ‘유전중죄’(有錢重罪)는 더 심각한 문제다. 죄를 지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일반 수형자는 가석방 대상이 되는데 기업인에게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가석방 대상에서조차 배제하는 것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에 어긋난다.
정부가 경제대책을 내놓아도 기업 총수들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는 약발이 떨어진다. 고용창출 등 대규모 투자계획에 총수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총수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한화그룹이다. 지난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김승연 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뒤 삼성과 계열사를 주고받는 2조원대 ‘빅딜’을 성사시켰다. SK하이닉스가 국민 세금을 축내던 ‘미운오리새끼’에서 수천억원대 법인세를 내는 효자가 된 것도 최태원 회장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지금 우리경제는 내수 부진에 중국, 유럽 등 주요 수출국이 경기침체에 빠져 자칫 일본식 장기불황의 전철을 밟을 만큼 심각하다. 이처럼 불확실한 여건 속에서 총수가 수감된 기업들은 장기적인 생존전략을 마련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활성화에 기여하는 기업인 가석방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