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벤처, 테헤란 태반(胎盤) 벗고 판교로

by정병묵 기자
2013.10.30 07:00:00

[기획]판교가 뜬다①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29일 아침 8시30분. 지하철 신분당선 판교역 1번 출구부터 금토천을 가르는 S자 모양의 다리를 거쳐 출근 행렬이 줄을 잇는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사람이 별로 없이 썰렁하던 경기도 성남시 삼평동 일대가 들끓고 있다.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다.

벤처기업들이 서울 강남 테헤란로를 떠나 속속 판교로 이동하고 있다. 1세대 벤처기업들의 ‘태반’ 역할을 했던 테헤란로에 남아 있는 기업들은 별로 없다. 최근에도 엔씨소프트(036570), 블루홀 등 게임업체와 카카오가 테헤란로를 떠나 판교에 둥지를 텄다. 넥슨, 네오위즈게임즈도 연내 판교 신사옥 입주를 완료할 예정이다.

판교테크노밸리지원단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634개사 3만800명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2200명의 직원이 이전한 엔씨소프트처럼 최근에 옮긴 회사들까지 더하면 약 3만5000명 이상의 인원이 머물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원단 측은 2년 내 1000개 기업, 5만명이 입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판교테크노밸리지원본부 제공.
유수의 IT기업들이 테헤란로를 떠나 판교로 이동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테헤란로가 교통이 혼잡하고 임차료가 높은 데 반해 판교는 교통도 편하고 근무 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임종민 판교테크노밸리 운영지원팀장은 “강남의 임차료 날로 상승하는데 비해 판교의 입주 조건은 가격이나 환경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며 “테헤란로에 들어갈 수 있는 여력이 있는 회사는 강남권과 지하철로 15분 거리인 판교가 훨씬 근무하기 낫다”고 말했다.

테헤란로에 있던 기업들 중 상당수도 판교가 아니더라도 속속 강남을 뜨고 있다. 테헤란밸리 중심에 위치하며 네이버 등 벤처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던 삼성SDS의 경우 잠실에 사옥을 새로 지어 일부 직원이 이전한 상태며 내년 7월께까지 전 직원이 옮겨갈 예정이다.

판교 이주 1세대 기업인 안랩의 황미경 부장은 “판교에 작은 규모의 벤처기업도 많이 있지만 일단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IT 기업들이 많다는 게 특징”이라며 “입주 조건이 좋다고 해도 가산, 구로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즉 벤처 중 테헤란밸리 등에서 생존의 벽을 넘은 기업들이 2차 도약을 꿈꾸는 무대가 판교인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판교단지를 조성한 경기도는 판교를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융합 연구개발 성과를 실현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임 팀장은 “IT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중공업, 만도, LIG 등 대기업들이 (판교에) 들어와 있는데 이처럼 다양한 업종이 클러스터를 이뤄 우리나라 산업 발전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