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숙현 기자
2011.05.10 08:20:00
13일 금통위…`징검다리` 인상 여부 주목
유가 `조정`성격…근원인플레 흐름이 관건
[이데일리 이숙현 기자] 5월 첫째 주를 지나면서 여기저기서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최근 유가 급락 현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각국 물가 담당 부서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다시 깊어지고 있다. 농식품과 유가 등 솟구치는 지표만 바라보다 이제는 내려가는 지표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지표들이 고공행진을 할 땐 금리 인상에 그마나 부담이 덜했지만, 이제는 좀 더 정교한 함수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더 어렵다.
지난 한 주 동안 유가는 15%나 급락했다. 다양한 설명들이 따라다닌다.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가 끝나는 6월을 앞두고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원자재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미국의 좋지 않은 경제지표와 신흥국들의 긴축 가능성이다. 결국 세계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위험회피 경향이 강해지면서 투기적 성격의 상품 가격이 하락했다는 설명들이다.
유가 하락의 의미를 간단히 표현하면 생산 비용이 적게 들고 수입하는 물건의 값이 싸진다는 뜻이다. 이는 곧 직간접적인 물가 하락을 의미한다. 물가를 책임지고 있는 당국으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특히 최근에는 농산물 가격도 점차 안정을 찾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인상폭은 전달 전년대비 4.7% 상승에서 4.2%로 다소 낮아졌다.
한은은 지난 4월 경제전망 수정치에서 올 상반기 4.3%, 하반기 3.6% 를 전망한 바 있다. 하반기에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유가 하락은 금리인상에 소극적인 `비둘기파`에 커다란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유가의 영향력이 크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금리 동결의 명분으로 부족할 수 있다.
유가 하락이 전반적인 물가 하락으로 직결되지 않는데다, 무엇보다 유가가 계속 떨어질 것인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 하락을 `급등한 가격의 조정`으로 분석한다. 여러 가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오히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비싼 기름값에 퍼붓던(?) 돈을 다른 곳에 사용하면서 수요 측면에서의 압력은 계속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역시 낮아진 유가는 생산자들(기업)에게 투자 여지를 늘려준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소비자물가가 근원물가(가격 변동이 심한 농식품 및 유가를 제외한 물가)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근원물가 상승은, 유가 상승으로 가공식품 등의 가격도 연쇄적으로 오르는 이른바 `2차 효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제회복 혹은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한 수요측면의 압력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씩 건더뛰는 징검다리 인상을 해온 한은이 이번 달에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