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주택경기가 이 지경에 이를 줄이야"

by지영한 기자
2010.08.25 07:31:51

[뉴욕=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미국 금융시장이 24일(현지시간) 더블딥 리세션(경기가 회복하다 재차 위축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로 요동쳤다. 특히 주택지표가 충격을 줬다.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인 주식을 매각해 현금화하거나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갈아타려 움직임이 활발했다.

다우 지수는 장중 한때나마 1만선을 밑돈 반면 미국 국채에는 매수세가 몰려들어 미 국채 2년 물 수익률이 사상 최저로 재차 하락(국채 가격 상승)했고, 안전자산 통화인 일본 엔화의 가치도 덩달아 상승했다.

오늘 발표된 미국의 7월 기존주택판매는 전월 비 27.4% 급감하며 연율 383만 채에 그쳤다.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지원 종료 여파로 12%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더욱 부진했다. 특히 7월 기존주택거래는 1995년 5월 이후 최근 15년래 가장 적었다.

브루스 맥케인 키코프 프라이빗뱅킹 스트래티지스트는 "주택지표에 `큰 충격(big shock)`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시장이 이런 지경에 이를 정도로 취약한 신호를 계속해서 보냈지만, 막상 이런 일이 닥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주택지표에 놀란 시장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미국의 주택거래가 부진한 것은 무엇보다 집값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매수자들은 추가적인 집값 하락을 예상해 주택 매입을 크게 꺼리고 있다. 특히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시장에는 압류물량이 계속해서 쏟아지며, 주택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카츠 와이저 캐피탈 매니지먼트 대표는 "고용 창출 없다면, 매수자들이 새집을 사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시장이 안정되면, 가계의 자금 사정이 개선돼 궁극적으로 집값이 안정되고 매수세가 살아날 것이라는 얘기이다.



빌트모어 캐피탈의 타일러 버논 최고투자책임자는 오늘 부진한 주택지표를 보니, 자신들은 더블딥 리세션 가능성에 대한 예측을 더욱 높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버논은 "미국인의 90%가 가장 많이 투자한 곳이 바로 그들의 집"이라며 "집값 하락이 지속되자, 미국인들이 자산축소를 실감하면서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때문에 소비지출 지표에도 신경이 곤두서 있다는 설명이다.

오늘 뉴욕증시의 S&P 500 지수는 최근 7주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국제유가도 주택지표 부진 여파로 최근 11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안전자산은 강세였다. 일본 엔화 가치는미국 달러화에 대해 199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또 미국 국채 10년 물 수익률은 17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국채 가격 상승)했고, 2년 물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로렌스 글레이저 메이플라워 어드바이저스 매니징 파트너는 주식 거래자들이 투자자의 단서를 채권시장에서 찾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안전자산인) 국채의 가격 상승은 정말로 드라마틱하고 놀랍다"고 평가하고 "국채 가격 상승이 투자자들을 주눅들게 하고, 또 다른 리세션을 걱정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