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브리핑)`LG電 추락이 말해주는 것`

by이정훈 기자
2009.10.23 07:27:47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참 이상하죠? 주가가 밀릴 때 사야한다는 얘기가 많지만 지수가 이러니 말입니다. 투자자들은 벌써 내년까지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겁니다. 유가가 80달러를 넘었고 환율이 1100원대까지 떨어졌으니 내년에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버티겠냐는 거죠."

전날(22일) 기자와 만난 한 증권사 투자분석부장은 이런 말을 던지며 당분간 시장이 힘들 것 같다는 얘기를 던졌다.

그의 얘기처럼 코스피지수는 1630선에서 1670선까지의 아주 좁은 박스권에 꽉 갇힌 형국이다. 지수 이동평균선 기준으로는 60일선과 20일선 사이에서 오르내리길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렇게 좋지 않은 시장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바로 어제 LG전자(066570)의 주가였다. 하루전 8500억원이라는 놀라운 깜짝실적을 발표한 LG전자인지라 4분기 계절적 부진이 우려스럽긴 해도 이렇게 하락할 줄 몰랐었다.

장 초반 비교적 소폭 조정에 그치겠거니 했던 LG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매물공세에 시달리며 장중 한때 6% 이상 급락했다. 그나마 막판에 5% 채 안되는 낙폭으로 마감한 게 다행일 정도였다.

투자자들이 신중할대로 신중해있는 지금 상황에서 일시적이더라도 일단 모멘텀 둔화가 확인되면 그 즉시 매수 리스트에서는 제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4분기과 그 이후에도 LG전자만큼 실적이 나빠지지 않거나 오히려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삼성전자와 LG화학 등의 주가도 실적 발표 이후에 부진한 걸 보면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

미국증시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도 주가가 부진했던 웰스파고나 모간스탠리, US뱅코프 등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시장은 단순한 이익 수치에 현혹되지 않을 만큼의 신중함을 가지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어지간한 기업들은 실적 덕을 보기 어렵게 됐고, 그나마도 어닝시즌은 피크를 거의 지나고 있다.

이제 월말로 접어들면서 잇달아 나올 미국의 신규주택판매와 내구재주문, 3분기 GDP추정치, 실업수당 신청건수, 시카고 PMI지수, 미시건소비자신뢰지수, 한국에서의 산업활동동향 등 거시경제 지표가 전면에 부상할 것 같다.

뜻밖에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달러-원환율이 더 오르느냐, 다시 하락하느냐, 국제유가가 얼마나 더 오르느냐는 것도 기업 실적이나 관련 테마주 움직임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해야할 변수로 꼽힌다.

눈치볼 게 많아지고 있는 시장이다. 간밤 뉴욕증시 상승도 우리시장엔 전날 하락의 되돌림 정도로만 작용할 것 같다. 적극적인 매매보다는 좀더 조심스러운 매매전략을 짤 시점이다. 추락하는 LG전자 주가를 보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