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강국)③삼성 LED TV, 전세계 안방 접수中

by류의성 기자
2009.07.30 10:05:02

"삼성 LED 엔진, 2년6개월전 개발 착수"
세계 최고 화질 엔진 개발..화질 경쟁 앞서
LED TV 전성 시대 도래..후발주자 경쟁 치열

[이데일리 류의성기자] "2년하고 6개월 뒤에 무슨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나요?"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가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정태홍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에게 삼성전자 LED TV의 화질이 왜 좋은지 물었더니, 답 대신 이런 질문이 돌아왔다. 

TV에 있어 화질은 기본 중 기본이다. 제 아무리 얇고 디자인이 좋더라도 화질이 떨어지는 TV는 인정받을 수 없다. 정 상무는 TV 화질을 결정하는 `화질엔진` 개발업무를 맡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3월 `LED TV`라는 걸 만들어 시장에 내놨다. LCD TV에서 빛을 쏴주는 광원을 기존 CCFL(냉음극형광램프)에서 빛의 반도체라 불리는 LED로 바꾼 것이 바로 LED TV다.

삼성의 LED TV는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고 있다. 출시 100일째인 지난 6월 50만대 판대를 돌파했다. 7월 현재 70만대에 육박했다. 무서운 속도다. 올해 안에 200만대 판매를 넘어버릴 기세다.

LED TV의 위력은 지난 24일 삼성전자 2분기 실적에서도 확인됐다.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이면서 LED TV 시장을 선점한 제품인 만큼 이익도 후하다. LED TV는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부문 실적 호조를 견인했다. 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다시 정 상무와의 대화로 돌아간다.

"당장 내일 일도 알 수 없는데 그걸 어떻게 압니까?"
"사내에 최고의 화질을 만들어내는 화질엔진 드림팀이 있습니다. 지금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LED TV 화질엔진은 2년 6개월 전에 이미 기획에 착수, 개발에 들어갔던 겁니다"

향후 기술이 어떻게 바뀔지, 소비자 취향과 시장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갈지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의 말대로라면 2년 6개월 전에 최고의 화질과 친환경, 기능이 요구되는 현재 시장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내 개발에 착수했다는 얘기가 된다.

개발에 성공했어도 소비자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소용없다. 그간의 노력이 헛고생이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회사 입장에선 개발에 쏟아부은 시간과 막대한 투자비를 날리게 된다.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
 


드림팀은 이런 리스크를 감내하고 셀수 없는 수많은 회의와 새벽까지 이어지는 스펙 결정 토론 끝에 삼성 크리스털 LED 엔진을 개발해 냈다.

드림팀은 시스템LSI 전문가인 이동훈 전무를 주축으로 수천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전무가 개발한 SOC(시스템온칩)는 고화질 디지털TV 시대를 연 최적의 반도체 솔루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드림팀은 지난 2004년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세계 최고의 TV를 만들 것을 지시하면서 탄생한 조직이다. 당시 윤종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디지털TV 일류화 TF가 만들어진 것. 세계 최고의 화질을 결정하는 화질개선 칩도, 삼성 LEDTV에 탑재된 삼성 크리스털 LED엔진도 여기서 탄생했다.



삼성 LED TV는 빠른 응답속도와 우수한 색 재현성, 슬림, 무수은 등 LED 특유의 장점외에도 최적의 화질을 결정하는 3가지 핵심 비법으로 차별화된다.

핵심 기술은 바로 ▲삼성 크리스털 LED 엔진 ▲ 크리스털 블랙 패널 ▲ 내츄럴(Natural) 화면 모드다. 삼성 자체의 화질기술을 총망라한 것으로 실물을 보는 것 이상의 선명함과 눈에 편안한 화질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체 화질 기술과 반도체 기술을 결합해 LED TV에 적용한 삼성 크리스털 LED 엔진은 응답속도가 CCFL보다 빠른 LED의 발광을 정교하게 제어합니다. 진정한 블랙 컬러와 디테일 표현, 잔상없는 동영상 등 자연에 더 가까운 화질을 제공하죠"
 
`화질 향상`이라는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한승훈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빛의 3원색(적색 녹색 청색)은 물론 노랑과 자주 청록의 영역까지 컬러 표현을 넓혔다는 것이다. 방송사에서 보내 주는 SD(표준) 화질을 HD(고화질)급 화질로 변환시켜 줄 때 화질 손상을 최소화시켜 입력된 원래 해상도를 그대로 표현해 준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삼성이 보유한 월등한 화질 기술 중의 하나로 크리스털 블랙패널이 있습니다. 더 작고 균일해진 패널 내의 입자가 내부의 빛을 세밀하게 투과시켜 명암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습니다. 외부 빛 반사율을 낮추어 더 또렷한 영상을 구현하죠" (김호선 책임연구원

"기존의 표준 모드, 선명한 모드, 영화 모드에 이어 이번에 추가한 내추럴(Natural) 화면 모드 기능은 화면 밝기와 원색을 과도하게 높인 인위적인 컬러가 아닌 눈에 편안하고 부드러운 화질을 표현해 주고 소비전력도 절감해 특히 장시간 TV를 시청하는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입니다"(신동근 수석연구원)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엔지니어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세계 최고의 화질은 삼성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비교 자체를 거부한다.

함철희 수석연구원은 "세계 최고의 화질은 극한의 노력과 정성, 실패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칩 안에는 수억개의 트랜지스터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연결이 잘못 되면 그 칩 자체가 그냥 죽어버린다고 한다. 다시 설계를 하려면 최소 3~4달이 걸린다. 그간의 고생이 허무하게 날아가는 순간이다.

"정말 이 기술이 가능해?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천번 해봤습니다. 개발에 착수하는 과정은 아기를 잉태하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1년 이상이 걸려야 탄생하는 것이 다를 뿐이죠. 정성을 들이면 칩도 사람처럼 반응합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는 분야의 기술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참으로 외로운 일입니다. 마침내 LED TV에 적용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니 뿌듯합니다."

함 수석연구원의 말대로 삼성 LED TV는 세계 각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제품은 310만~690만원(스탠드포함)대의 고가 제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인기와 호평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LED TV가 국내외 안방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화질 외에도 슬림형 디자인과 친환경성, 240Hz 기능도 한 몫했다.

삼성 LED TV는 1.5인치 이하의 두께로 보통 5인치 정도되는 기존 LCD TV보다 1/3이상 슬림해지고 가벼워졌다. 액자처럼 진정한 벽걸이TV가 가능해진 것.

게다가 무수은 소재, 휘발성 소재 대신 친환경 소재로 환경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차세대 TV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이 내놓은 LED TV 8000시리즈의 경우 기존 6000시리즈나 7000시리즈와 달리 240Hz 기능이 추가됐다. 따라서 끌림이 없고 영상이 선명하다.

움직임이 많은 스포츠 경기 시청시 위력을 발휘한다. 축구 등 스포츠를 좋아하는 유럽이나 미국시장에선 8000시리즈가 특히 인기다.

240Hz란 1초당 240장의 영상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즉 방송국에서 보내 오는 초당 60장의 원본 영상에 자체 엔진이 움직임을 정교하게 예측해 180장의 영상을 삽입한다.

회사 측은 최고속 패널기술과 크리스털엔진, 240Hz FRC(구동 주파수 변환) 기술이 삼위일체가 돼 240Hz 신호처리를 완벽하게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240Hz 기능을 구현한다는 의미다.

삼성의 LED TV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달에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성황리에 LED TV 신제품 론칭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유럽의 유명 백화점에서 30년이상 가전담당을 맡고 있다는 A씨는 " 삼성전자의 LED TV 같은 제품을 본 적이 없다. TV 시장에 새로운 획을 그었고, 유럽 소비자에게 새로운 문화 충격을 던져줄 것 같다"고 호평했다.

미국 현지 TV시장 관계자는 "이 TV는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TV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확신한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원더풀`을 연발했다고 한다.



서구유럽은 저가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스페인 시장도 그렇다.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의 LED TV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고가의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스페인의 ECI백화점의 경우 삼성전자의 판매비중은 작년 같은 기간 19%에서 올해 25%선으로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LED TV 인기 행진 속에 향후 이 시장을 둘러싼 후발업체들의 도전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외에도 LG전자와 일본의 샤프, 소니, 비지오 등이 라인업을 강화하거나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LED TV시장은 370만대에서 내년에는 1500만대 이상으로 급신장할 것으로 보인다. 2011년에는 4000만대 가까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야말로 LED TV의 전성시대가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