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불 끈 웨이브, 피의게임3 인기에 ‘티빙 합병’도 일보 전진

by윤정훈 기자
2024.12.01 09:09:35

웨이브, 신규 전환사채 발행으로 채권 만기 상환 부담 해소
‘피의게임3’ 흥행에 유료가입자 증가…실적 개선 기대
국내 OTT 시장 경쟁 치열, 합병 통한 글로벌 대응
넷플릭스, 디즈니 기대작 속속 공개
미디어부문 신설한 KT도 찬성할 듯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던 콘텐츠웨이브가 신규 투자 유치로 채권 만기 상환 부담을 덜어내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여기에 최근 공개한 자체 콘텐츠인 ‘피의게임3’가 유료 가입자 수 증가를 이끌어낸데 이어, 티빙과의 합병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웨이브)


1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에 따르면 최근 회사는 2500억원 규모의 신규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표면이자율은 0.5%, 만기는 5년, 전환사채 발행가격은 3만9745원이다.

이번에 발행한 신규 전환사채는 웨이브의 기존 최대주주인 SK스퀘어(402340)가 1500억원을 투입했고, 티빙의 최대주주인 CJ ENM(035760)이 1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렇게 조달된 2500억원은 2019년 SKSPE와 미래에셋벤처투자가 보유한 전환사채를 상환하는데 대부분 투입됐다. 이 금액은 투자원금(2000억원)에 연복리 3.8%를 적용해 약 2410억원이다. 9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이번 CB발행은 웨이브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와 티빙의 최대주주인 CJ ENM이 합병의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웨이브는 경영상 고비를 넘긴 만큼 티빙과 합병전 최대한 손실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웨이브는 최근 선뵌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 피의게임3가 유료가입자수를 늘리면서 내년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피의게임3는 올해 상반기 방영한 연애남매보다 높은 호응을 기록하며 웨이브 유료가입자수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웨이브는 당분간 대규모 콘텐츠 투자를 줄여 월 단위 흑자전환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내년도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계획 등도 현재로선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에 흥행했던 연애남매,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의 후속 시리즈 정도만 제작 가능성이 있다.

급한불은 껐지만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OTT시장이 넷플릭스와 디즈니+, 쿠팡플레이 등 미국계 기업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월엔 넷플릭스의 최고 기대작인 ‘오징어게임 시즌2’가 나오고, 디즈니+도 조명가게를 선뵐 예정이다. 이에 티빙과 웨이브를 포함한 국내 OTT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가 연말에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국내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서 티빙과 웨이브는 단독으로 생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에서 미디어부문을 신설하고 인공지능(AI) 전문가인 김채희 전무를 부문장으로 발탁한 KT(030200)도 자사 미디어 전략 개편과 함께 웨이브·티빙 합병에 조만간 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성사되면, 두 회사는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OTT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 회사는 경쟁력을 키워 기업공개(IPO) 등에도 나설 수 있다. 한때 기업가치 2조(티빙), 1조(웨이브)를 넘보던 두 회사의 기업가치는 현재 반토막 난 상황이다.

SK스퀘어가 주도한 이번 CB의 주식 전환가격을 미뤄봤을때 웨이브의 기업가치는 5000억원 이하로 추정된다. 5년전 당시 1주당 전환가격은 22만9658원이다.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걸 짐작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웨이브-티빙이 합병 시너지를 내면 국내에서 안정적인 콘텐츠를 기반으로 해외로 확장할 수 있다”며 “정부도 경쟁력있는 K-OTT 회사 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