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4.05 05:00:00
삼성E&A와 GS건설이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각각 60억달러와 12억 2000만달러, 총 72억 2000만달러(약 9조 7000억원) 규모의 가스 플랜트 수주 계약에 서명했다. 특히 삼성E&A의 수주 규모는 창사 이래 가장 클 뿐 아니라 국내 건설회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한 공사 가운데서도 역대 최대다. 두 기업이 수주한 공사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 북쪽 350km에 위치한 파딜리 가스 플랜트 증설 공사의 일부다. 삼성E&A는 ‘패키지 1번’의 가스 처리시설과 ‘패키지 4번’의 유틸리티 및 부대시설, GS건설은 ‘패키지 2번’의 황 회수 처리시설 공사를 각각 맡았다.
이번 계약은 국내 건설시장이 불황에 빠져 있는 가운데 전해진 대규모 해외 수주 소식이어서 반갑기 이를 데 없다. 이로써 올 들어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인 127억 2000만달러에 달해 해외건설협회의 올해 목표액 400억달러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1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와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기로 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사우디를 국빈방문해 건설·인프라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 사이 외교부는 ‘원 팀 코리아’의 기치 아래 현지 수주 활동을 적극 지원했다고 한다.
사우디가 다수의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계약의 의미는 크다. 우리나라 건설회사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신뢰가 확인됐다고 볼 수 있어 추가 수주의 견인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이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에 대규모 미래형 신도시를 건설하는 계획이다. 총사업비가 무려 5000억달러(약 650조 원)에 이르는 만큼 성사만 되면 우리 경제 전반에 엄청난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중국 특수’가 퇴조하는 상황에서 중동은 희망의 땅이다. 이런 때일수록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전체에 대한 원 팀 코리아의 전략적인 진출 확대 노력이 절실하다. 1970년대 중동 붐을 뛰어넘는 제2의 중동 붐이 실현되게 하려면 민관 협력의 수준을 한층 더 높게 끌어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