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4.02 05:00:00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료계에 의·정간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반대하는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이 의료 개혁을 위해 불가피한 최소 조건임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의사 공급 확대라는 큰 틀 속에서 그 규모와 일정은 일부 조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돼 의료계가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것은 한 달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의료 공백이 국민에게 끼치는 불편과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웅덩이에 빠졌다가 구조돼 응급처치만 받은 4세 여자아이가 대형병원 10곳의 잇따른 입원 거부로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국민 여론도 의료계의 밥그릇 지키기를 주로 비난하던 데서 정부의 소통 부족과 리더십 부재를 탓하는 쪽으로 점차 옮겨가는 양상이다.
의·정 갈등을 이대로 계속 끌고 가서는 총선에서 여당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여권 전체의 정치적 판단도 담화를 재촉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배경이나 의도가 어떻든 윤 대통령이 더 늦기 전에 직접 나서서 종전보다 유연한 태도로 대화 의사를 밝힌 것은 다행이다. 의료계가 집단적으로 전공의 사직, 의과 대학생 휴업, 의대 교수 사직 등에 이어 동네병원 진료 축소에까지 나서면서 의료 공백이 보건의료 위기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의료 개혁과 관련해 이미 제안한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외에 ‘사회적 협의체’도 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제 공은 다시 의료계로 넘어갔다. 의료계는 직역 이기주의에 갇혀 있지 말고 속히 정부와의 대화 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 의료계를 향한 윤 대통령의 대화 제의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의료계가 계속 대화를 거부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환자 곁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의료인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