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사로잡은 롯데마트·올리브영의 비결

by김미영 기자
2023.11.27 06:08:00

롯데마트 서울역점, 외국인 관광객 쇼핑 취향·동선 고려 전면 리뉴얼
캐리어보관대·환전기·국제택배 등 ‘특화 서비스’
올리브영, 마스크팩·선크림 등 K뷰티 대표상품 매장 전면에 배치
“외국인 쇼핑편의 제고 위한 리뉴얼 전략 적중”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명품 쇼핑 대신 ‘실속 쇼핑’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유통업계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편의를 위해 매장을 새단장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를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4일 찾은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히잡을 쓴 여성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카트에 국내 과자를 쓸어담고 있었다. 미리 살 목록을 정해온 듯, 휴대전화를 확인하면서 과자를 찾아 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외국인이 많이 구매하는 과자 품목류의 비치를 대폭 늘렸다”면서 “아몬드와 같은 견과류, 김을 비롯한 건해산물 매출도 뒤를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지난 9월 중순 리뉴얼을 거쳐 여느 롯데마트 매장과 크게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서울역에서 인천공항으로 연결되는 공항철도를 타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외국인의 쇼핑 편의를 높이는 데 방점을 뒀다.

외국인 관광객의 동선을 보면 매장에 들어와 캐리어를 보관대에 맡긴 뒤 곧장 20m 길이의 ‘외국인 고객 특화존’에 들어선다. 여기엔 외국인 관광객의 구매 빈도가 높은 과자, 커피, 견과류, 건강기능식품 등이 집중 배치돼 있다. 쇼핑 이후 계산대에서 여권을 보여주고 계산을 마친다. 돈이 모자랄 경우 외화 환전기에서 돈을 뽑기도 한다. 이후 면세 환급기기를 찾아 세금면제 혜택을 받는다. 구매한 상품은 포장된 종이상자를 버리는 등 부피를 줄여서 외국인 전용의 캐리어 정리대에서 차곡차곡 담는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직전 쇼핑에 딱 맞는 편리함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 특화존을 운영하다보니 서울역점 매출에서 과자, 디저트 등 기호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반 점포의 2.5배에 달한다”며 “대량 구매하는 분들을 위해 현지로 배송 가능한 국제택배 서비스도 주 3회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1일 새로 문을 연 CJ올리브영의 명동타운점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올인’했다. 지난 24일 명동타운점을 둘러보니 리뉴얼 목표대로 매장 내 고객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이들은 평범한 올리브영 매장에 비치된 철제 바구니보다 용량이 2배 이상 큰 다회용 장바구니와 카트를 들고 다니면서 마스크팩 등을 대량 구매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하루 평균 방문객 수(약 3000명) 중 90% 이상이 외국인”이라며 “코로나19 이전엔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가 많았지만 최근엔 동남아국가 고객이 가장 많다”고 전했다.

CJ올리브영은 국내 최대규모(1157㎡·약 350평)인 명동타운점을 ‘글로벌 특화 매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명동의 한가운데라는 지리적 강점을 살린 것.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양하고 많은 상품 수를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매장의 전면부를 ‘K뷰티 나우존’으로 조성해 K뷰티의 상징과도 같은 ‘마스크팩’과 ‘선크림’ 등을 전면 배치했다. 이 때문에 매장 입구부터 마스크팩을 고르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영어·일본어·중국어 안내광고에 따라 올리브영의 글로벌몰 앱에 가입해 할인 쿠폰을 내려받거나 쇼핑 후 뽑기를 통한 ‘웰컴 기프트’를 받는 외국인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고객 대부분이 3만원 이상을 구매해서 계산대에서 바로 면세 절차를 밟는다”며 “리뉴얼 오픈 이후 외국인 매출이 전년보다 몇 배씩 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명품 쇼핑은 줄였다고 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마스크팩 등의 구매는 꾸준하다”며 “쇼핑 편의를 높이는 전략으로 K뷰티 체험과 구매 기회를 늘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