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값 ℓ당 최소 69원 인상…정부 "밀크플레이션 우려는 과장"
by김은비 기자
2023.07.26 06:00:00
낙농진흥회 27일 협상 재개…"입장차 크게 좁혀"
L당 69∼104원 범위서 결정 예정
정부 28일 유업계 간담회 예고…''가격 안정'' 주문
유업계 "원부자재, 인건비 등 늘어 녹록지 않아"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남궁민관 기자] 올해 우유 원유(原乳) 가격 인상을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올해 원유 기본가격은 리터(ℓ)당 69∼104원 범위에서 결정된다. 원유값 인상을 앞두고 우유가 들어가는 가공식품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일축했다.
|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우유 판매대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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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관(국장)은 25일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가진 낙농제도 개편 브리핑에서 “현재 낙농가와 유업계의 입장차가 상당이 많이 좁혀졌다”며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6월 9일부터 낙농가, 유업계와 올해 원윳값을 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4일까지 10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들은 오는 27일 열리는 회의에서 구체적인 조정금액과 적용시기 등을 논의한 뒤, 최종 결론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비 등이 급증하면서 원유 가격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 국장은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생산비가 1년 늦게 원유가격에 반영되는 구조”라면서 “낙농가가 1년 이상 급등한 생산비를 감내한 사실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원유가격 인상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농가의 생산비는 전년대비 13.7% 상승했다.
원유가격 인상이 임박하면서 우유 원유가격 상승으로 인한 ‘밀크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인상 범위에서 최소값인 69원만 올려도 인상률은 6.9%로 역대 최대다. 또 음용유(마시는 우유)는 L당 165원으로, 1000원을 넘게 된다. 지난해의 경우 낙농진흥회는 원윳값을 L당 49원 올렸고, 이에 따라 음용유 가격은 L당 996원이 됐다.
원윳값이 인상되면 이를 주재료로 쓰는 흰우유 등 유제품 가격도 상승하게 된다. 작년 원윳값이 L당 49원 오르자, 유업체들은 우유 제품가를 10% 안팎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흰 우유 1L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2800원대가 됐고, 매일유업의 900mL짜리 흰 우유 제품 가격은 2860원이 됐다. 원윳값 상승에 따라 우유가 들어가는 아이스크림, 과자 등의 가격이 상승하는 ‘밀크플레이션’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원윳값 상승이 가공식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의 경우 빵류, 과자류 등의 원료 중 우유 비율은 각각 5%, 1%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국장은 “밀크플레이션 품목으로 지칭되는 빵류, 과자류도 유제품 원료 사용 비중이 전체 원료의 1~5% 수준”이라면서 “우유가격 인상의 원인이 원유가격보다 유통 과정에서 붙는 마진이라 보고, 유통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오는 28일 다시 한번 유업계를 불러모아 재차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 7일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14개 유업체와 만나 ‘유가공 제품의 과도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후 약 20일 만이다.
유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 인상폭이 결정되면 곧장 제품별 원부재료 비중과 각각의 가격 추이, 마진 등을 고려해 정부 요청에 부응한 가격 조정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원유 가격 이외에 다른 원부자재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인건비, 물류비, 전기요금 등 제반비용 부담도 크게 늘어나는 등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