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매카시 16일 다시 회동…부채한도 협상 '분수령'

by김정남 기자
2023.05.16 05:32:07

매카시 "바이든 진지하지 않다"…협상 타결 변수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은 이번달 안에 부채 한도를 상향할 수 있을까.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다시 회동하기로 하면서 협상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손녀의 펜실베이니아대 졸업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매카시 의장과 오는 16일 회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CNBC 등은 전했다. 두 인사는 지난 9일 백악관에서 직접 만나 부채 한도 문제를 논의했으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 종료’를 했고, 당시 약속했던 12일 회동은 실무진 협의를 이유로 연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가 15일(현지시간) 손녀의 펜실베이니아대 졸업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미국 부채 한도는 ‘마이너스통장’과 비슷하다. 법으로 정해놓은 한도를 넘길 때마다 의회가 협상을 통해 높이는 식이다. 연방정부 부채는 올해 1월 법정 한도(31조4000억달러·4경2000조원)에 도달했고, 국채 발행이 어려워진 재무부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개설한 계좌인 일반계정(TGA)을 임시로 써 왔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천명한 이른바 ‘X-데이트’(6월 1일)는 TGA 잔액까지 바닥 나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는 시기를 말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이 16일 협상하기로 한 것은 이번달 안에 사태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7일 일본 히로시마로 출국한다. 게다가 상·하원은 메모리얼데이(미국 현충일·29일)를 전후로 휴회한다. 이같은 일정을 감안하면 16일 회동이 사실상 분수령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변수는 매카시 의장이 예상보다 강경하다는 점이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NBC 등과 만나 “그들은 회담하는 것처럼 보이기를 원하지만 어떤 것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여전히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어 “그들은 디폴트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한도 상향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인 만큼 협상 불가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디폴트는 선택지가 아니다”고 강조해 왔다. 반면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부채 한도 상향과 재정 지출 삭감을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지출 감축 여부가 협상의 관건인 셈이다.

매카시 의장이 이날 바이든 대통령 등을 두고 협상 태도를 비판한 것은 아직 실무진 협의에서 뚜렷한 진전이 없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