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 "이석기 석방 외치는건 노조 아니다"

by양희동 기자
2023.04.20 06:00:00

[만났습니다]①서울교통공사 'MZ세대' 노조
'공정' 내세우며 2021년 8명으로 설립해 2000명 확대
정치 파업 단호히 거부…임금·복지 등 본질에 집중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북한 김정은도 아니고 위원장이라고 부르는 게 이상해서 ‘토니’라고 영어 이름을 지었다. ‘이석기 석방’을 외치며 정치 편향적이던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사진=이영훈 기자)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건넨 그의 명함엔 스타트업을 연상하는 ‘토니(Tony)’라는 영어이름이 함께 쓰여 있었다. 송시영 위원장은 “우리는 평등한 목소리를 다양하게 내고자 하는 수평적인 조직인 점이 기존 노조와의 차별점”이라며 “노조의 본질과는 다른 이석기 석방운동이나 한미 연합훈련 반대 같은 소리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는 임금이나 복지 등 직원들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본질인데 양대 노총 등 기존 노조는 이와 전혀 관계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군사 독재 시대에는 민주화 과정에서 정치적 목소리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송 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올바른노조는 지난 2021년 8월 출범한 서울교통공사의 제3노조로 구성원 중 2030세대가 많아 ‘MZ세대 노조’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자, 이에 반발해 ‘공정’을 가치로 내걸며 송 위원장을 포함해 MZ세대 직원 8명으로 시작했고 현재는 2000여명의 노조원이 가입해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서울지하철 파업 당시 직접 자신의 SNS에 “올바른노조가 옳다”며 “대한민국 노조가 가야 할 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송 위원장은 지난 2월 올바른노조와 LG전자 사무직노조 등 12개 회사 노조가 모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를 발족해 부의장을 맡았다. 또 최근엔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 산업안전위원회 근로자대표 선거에서 양대노총 단일후보를 올바른노조 후보가 꺾고 당선돼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대학생 때도 학생회 활동 등을 전혀 한 적이 없다. 그런데 회사에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때 직원을 팔아먹는 기존 노조의 합의 내용이 너무 많았다. 노조가 직원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왜곡했다. 이런 노조에게 내 20~30년 임금과 복지를 못 맡기겠다고 판단했고, 뒤에서 욕만하고 싶지 않아 나서게 됐다. 부모님은 엄청 반대했다. TV에 나온 나를 보시고 “우리 아들이 어쩌다 빨갱이가 됐냐”고 하셨다.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는 지금도 노조 활동을 반대하고 있다.

△정치적인 목소리가 아니라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 등 노조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양대 노총은 상하관계가 명확하고 한가지 목소리로 나가야한다. 그런데 현재 노동시장은 한 가지 목소리만 낼 수 없다. 우리는 평등한 목소리를 다양하게 내고 수평적인 구조가 다른 점이다.

△노조의 기본권에 대해선 시위나 파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양대 노총은 직원들을 위해 파업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파업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 파업의 문제점은 시민들이 왜 파업이나 시위를 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결국 설득의 대상인 시민과 사측이 내 앞길을 막는 사람들로만 인식되지 않도록 쟁의행위 방식도 바꿔야한다.



△우리는 노조 결성 당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머리띠 두르고 피켓시위를 한 적이 없다. 취업 학원가에 가서 불특정 다수 사람들을 초대해 옥상 하나 빌려서 공정에 대한 이슈와 생각들을 나눴다. 행사가 끝나면 현직자들이 취업 컨설팅도 해줬는데 이게 일종의 시위였고 화제도 됐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본질적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시위는 변화가 필요하다.

△철도안전법은 특례법이라 가중처벌인데 법 앞에선 장애인이건 누구라도 평등해야한다. 우리 직원들 폭행하고 지연 운행 등 (시위가)3년이 넘었다. 서울교통공사가 민주노총 강성사업장이라 우리 회사에서 하는 것이다. 불법 테러행위로 엄정 처벌해야한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면 좋지만,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공기업·대기업도 대체근무자가 없는데 대한민국 90%를 차지하는 영세기업에서 대체인력 확보가 되겠나.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대한다. 대부분의 영세 사업장에선 포괄임금제 오남용으로 공짜 노동하고 있다. 정부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필요한 사업장에 특례법이건 조례 재정이건 시범 시행하는게 더 낫다고 본다. 생산성 확보를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맞지 않는다.

△한 달에 보통 100명씩 기존 노조를 탈퇴하고 새로 가입한다. 연장근로 반대시위 등 이슈가 있을 때는 300명 이상도 들어오고 있다. MZ노조라고 불리고 있지만 50대도 전체 10%에 이른다. 올바른노조 설립의 계기가 됐던 무기계약직 전환 정규직 직원들까지도 거절은 하고 있지만, 우리 취지에 공감해 가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근로여건이 좋아지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시도할 생각이다. 다만 단체 교섭권 확보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고 근로여건 개선을 위해 부가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