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때 사줬던 내복 입고 숨졌다…내 아들은 12살이었는데”

by이선영 기자
2023.02.13 05:53:19

‘멍투성이 사망’ 초등생 오열 속 발인
친모 “친가 쪽 사람들은 한 명도 조문하러 안 와”
“전화했더니 ‘애는 이미 죽었으니 어쩔 수 없다’”
친부·계모, 지난 10일 구속 “학대 수법 추가 확인 중”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친아빠와 의붓엄마의 학대로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을 거둔 12살 초등학생의 마지막 배웅길은 쓸쓸하고 조촐했다. 이날 아이와 떨어져 지내온 친모는 “나를 데리고 갔어야지”라며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11일 오후 인천 한 장례식장에서 학대로 숨진 초등학교 5학년생 A(12) 군의 발인이 진행되고 있다. A 군의 의붓어머니 B 씨와 친아버지 C(40) 씨는 전날 각각 아동학대치사와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오후 인천 한 장례식장에는 부모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A군(11)의 발인이 진행됐다. A군의 발인식에는 친모와 외삼촌, 외할머니 등 외가 친인척들뿐이었다. 친가 쪽 사람들은 장례식장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A군의 친모와 가족들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친부의 ‘저는 안 했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치가 떨렸다”며 “자식이 죽었는데 어떻게 저런 말이 나올 수 있는지 화가 난다”고 성토했다.

또 “아이 친가 쪽 사람들은 장례 기간 한 명도 조문하러 오지 않았다”라며 “어제 옛 시댁 식구들에게 전화했더니 ‘애는 이미 죽었으니 어쩔 수 없다’라는 반응이었다”라고 토로했다.

‘친모와 연락이 안 돼 못 만나게 했다’라는 친부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한 번만 보여달라고 애원했는데도 (친부가) 안 보여 줬다”며 “통화녹음과 문자메시지도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친부 B씨는 지난 10일 열린 영장실질심사 전 취재진에게 “전 때리지 않았다” “친모에게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사망 당시 A군은 초등학교 5학년인데도 몸무게가 30㎏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래 남학생들보다 15㎏ 넘게 적은 체중이다. 또 온 몸이 멍투성이였다. 친엄마는 병원에 옮겨졌을 당시 아이가 7살 때 입던 내복을 입었다며 증거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B씨는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 아파트 주거지에서 아들인 A군을 상습학대하고, 계모 C씨는 지난 7일 같은 장소에서 A군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등은 검거 당시 경찰 조사에서 A군 온몸에 든 멍은 ‘자해흔’이라고 주장했다가, 이후 조사에서는 “훈육 차원에서 체벌한 사실은 있다”고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은 장례식장 직원들 손에 들려 운구차에 실렸고, 화장될 인천 부평승화원으로 옮겨졌다. 친엄마는 운구차가 출발하자 “나를 데리고 갔어야지, 왜 애를 데리고 가냐”라며 주저앉아 통곡했다. A군은 한 추모공원에 안치됐다.

새엄마와 친부는 지난 10일 각각 아동학대치사와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은 이들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해 학대 수법 등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