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구호에 여야 없다"…62살 '희망브리지' 현장 중심 체질 개선[만났습니다①]
by양희동 기자
2023.02.08 06:00:00
김정희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취임 후 5년간 현장 중심 조직으로 변화 이끌어내
코로나19엔 삼성과 마스크 대란 막으며 1023억원 모금
새해엔 5개 권역 지부 만들어 총 7개 지부로 확대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취임 당시 60년이란 역사에 걸맞지 않게 대중적 인지도가 낮았고, 모금 실적도 부진해 조직 문화에 혁신이 필요했다”.
김정희()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희망브리지에서 이룩한 성과와 올해 계획 등을 밝혔다. 김정희 총장은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으로 지난 2018년 6월 부임한 이후 약 5년간 많은 변화를 이끌어 냈다. 희망브리지는 지난 1961년 언론과 민간이 주도해 탄생한 국내 최초의 모금 단체로 이후 62년을 이어오고 있다. 재난구호법에 근거해 운영되는 희망브리지는 대한적십자사, 사랑의열매 등과 함께 모금 및 구호 분야의 3대 법정 단체지만, 정부 지원이나 출연금 없이 운영된다.
김 총장이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 희망브리지는 모금한 성금 등을 배분하는 업무에만 주력하며, 그 역할과 위상이 크게 위축돼 있었다. 김 총장은 이런 희망브리지의 오랜 관성을 깨고 현장 중심 구호 활동으로 조직의 체질을 바꿔나갔다. 태풍과 홍수 등 자연재난의 예상 경로를 파악해, 현장에 필요한 물품 등을 선제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2019년 강원도 산불 370억원, 2020년 코로나19 사태 1023억원, 2022년 집중호우 및 태풍 423억원 등 국내 모금 단체 중 가장 많은 성금을 모아 주목받기도 했다. 김 총장 취임 전후 5년간 성금 모금액을 비교해보면 2013~2017년 191억원에서 2018~2021년 642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김 총장은 지난해 ‘2022 올해를 빛낸 한국인 대상’에서 재난구호활동대상을 수상했다. 또 희망브리지는 한국가이드스타 공익법인 평가에서 2018부터 2021년까지 4년 연속 최고등급을 받기도 했다.
△기자 시절에 나중에 은퇴하면 자격증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말년에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 중앙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석사 학위를 받고,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도 땄다. 2012년에 처음 사무총장에 응모했는데 탈락한 이후 대한민국재향군인회에서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도 재난 분야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결국 사무총장에 재도전해 희망브리지에서 일하게 됐다. 취임한 2018년 여름, 폭염 속에서 쪽방촌에 처음 간 사무총장이 됐고 이후 현장에 무조건 가는 조직으로 변화했다.
△재난구호에는 여(與)도 야(野)도 없다. 구호는 모금이 원천이고 모금을 잘해야한다. 또 재난과 피해 지역의 특성 등을 감안해 공정하게 모금이 분배되고 지원이 이뤄져야하는데, 언론 등에선 신속한 지원만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집이 침수당한 피해자는 도배·장판 등을 새로 해야하는데, 침수의 특성상 벽이나 바닥에서 계속 물이 올라오고 곰팡이가 번진다. 이를 돕기 위해선 침수된 부분이 완전히 마르고 난 뒤에 도배·장판이 가능하다. 재난의 유형과 성격에 따라 지원의 성격도 달라야한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원에 있어서 지역별로 형평성이 깨지지 않아야한다. 시·도지사 등 지자체 장들은 선출직이다 보니 자기 지역을 더 많이 돕고자 한다. 또 지역을 기반으로 한 출향 기업이 없는 곳은 기부자가 없어 지원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도 있다. 희망브리지는 재해구호법의 철학에 따라 자연재난이나 천재지변 등에 있어, 모든 지역이 고르기 지원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희망브리지는 출연금이나 보조금 1원도 안 받고 모금액 중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모집경비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법 개정 등을 통해 정부의 통제를 받는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거나,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배분위원회 구성을 바꾸려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모두 막아냈다.
△2020년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대란이 발생했을 때 삼성 등 기업과 협력해 해외에서 물량을 구해 국내에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또 각급 학교에서 원격수업을 위해 태블릿PC가 필요했을 때도 희망브리지가 나서 기업의 후원을 이끌어 냈다. 코로나 기간에 1000억원 넘는 모금을 해냈고 각종 현금·물품 지원 등을 진행했다.
△희망브리지는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곳이고 기존엔 모금을 단순 배분하는 업무가 중심이었다. 이를 취임 후 현장을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바꾸려니 불만을 가지는 직원들이 있었고 일부는 조직을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회장과 사무총장이 모두 현장을 챙기고 조직 문화를 바꾸면서, 이제는 시스템이 안정됐다.
△희망브리지의 62년 숙원사업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동안 지부나 지회가 없어 전국에서 일어나는 재난을 즉각적으로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전국에 5개 지부를 만들고 예산을 아끼기 위해 도청 등 각 지자체와 협력해 업무 장소도 마련했다. 관련 교수들도 지부 신설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줬다. 지부가 만들어지면 재난이 발생시 지역별로 즉각적이고 좀 더 섬세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또 현장 구호모금 역량도 강화될 것이다.
△1963년생 △건국대 불어불문학과 학사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 △한겨레신문 기자 △대통령 직속 새천년준비위원회 홍보팀장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비서실장 △중앙안전관리민관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