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나르던 종합상사, 배터리 등 친환경 新사업에 미래 건다

by박민 기자
2022.12.13 06:00:00

<공급망 첨병 나선 종합상사>
자원 전쟁 시대에 공급망 첨병으로 재조명
중개무역 벗어나 ‘사업형 투자회사’로 진화
글로벌 네트워크·맨파워 앞세우며 사업 다각화
신재생에너지·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 투자 확대

[이데일리 박민 기자] 삼성물산(028260)과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LX인터내셔널(001120) 등 국내를 대표하는 빅3 종합상사가 사업 다각화를 통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의 석탄과 철강, 화학 등의 산업재 트레이딩만으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에 신사업 투자 및 직접 운영에 적극 나서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레이딩만으로 밥 먹고 산다는 게 옛말이 된 지 오래”라며 “특히 올해 러시아 전쟁으로 주요 선진국 간 자원 패권화 행보가 심화하면서 상사들의 원자재 확보 역량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사업계가 뛰어든 신산업의 공통적인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전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 속에 주요 국가들의 자원 패권화 행보까지 심화하면서 친환경 관련 에너지와 연료, 원자재 등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이에 상사업계는 해외 광산 개발을 비롯해 가스전과 수력발전, 수소와 태양광 에너지, 배터리 광물과 소재 사업까지 신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1호 종합상사 명함을 가진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태양광과 수소, 배터리 소재 사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태양광은 선진 시장인 북미를 중심으로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미국 태양광 시장에 본격 진출해 서부와 남부지역 등에서 1000MW(메가와트) 이상의 태양광 사업을 개발해 수익화(매각)에 성공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약 13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 예정 사업(파이프라인)도 확보해둔 상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당사의 태양광 개발 사업은 직접 태양광을 설치해 운영을 통해 수익을 얻을 게 아닌 일종의 사업권을 파는 것”이라며 “사업 안건 발굴부터 사업부지 선정, 전력계통 연결 평가, 각종 인허가 취득 등의 단계로 구성된 ‘사업 패키지’를 상품화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배터리 소재 사업은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에 지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최근에는 해당 업체와 독일에서 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 건설 및 운영을 추진 중이다.

수소 사업과 관련해서는 해외 청정수소 생산 프로젝트 개발부터 국내 수요처 연결까지 전체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남해화학·두산에너빌리티·LG화학, 한국중부발전 등과 청정수소·암모니아 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11월에는 국내 최대 가스 해운 전문 회사이자 유일한 암모니아 운반선 운영사인 KSS해운과 친환경 해상운송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니켈과 리튬 등 배터리 전략광물과 신재생 발전을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와 호주, 중국 3곳에 석탄 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LX인터내셔널은 글로벌 탈탄소 움직임에 맞춰 석탄 사업 비중을 줄여나가는 대신 니켈 등 친환경 산업 관련 핵심광물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니켈 매장량 전세계 1위인 인도네시아에서 내 니켈 광산을 독자적으로 인수하기 위해 투자를 검토 중에 있다.

아울러 지난 10월에 경기도 평택 포승산업단지에 있는 ‘포승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인수 절차를 마치면서 친환경 발전 사업에도 첫 발을 뗐다. 포승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바이오 고형연료(Bio-SRF), 미이용 우드칩 등 연간 25만톤(t) 규모의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연료로 사용해 시간당 최대 43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서울시 가구 10만호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중형급 설비 용량에 해당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4월 인수한 호주의 천연가스 생산업체 ‘세넥스에너지’를 활용해 그린수소 생산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 소유 발전사인 CS에너지와 협업해 태양광 발전과 그린수소 생산설비를 운영하는 그린수소 실증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실증사업을 마치는 대로 그린수소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호주 내 수소충전소에 공급하고 해외로 수출하는 등 시장다각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전 세계 41개국에 있는 62개 무역조직 등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워 에너지를 비롯해 전기차에 들어가는 구동모터코아와 식량 등의 사업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와 에너지·자원 트레이딩 경험을 강점으로 지닌 상사업계가 친환경 관련 신사업에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제2의 상사 전성시대가 열리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