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에 죽쑤는 대형주…테마에 웃는 중소형주

by유준하 기자
2022.03.29 06:10:00

최근 한 달간 소형주일수록 수익률 높아
테마 주도 기간도 점차 짧아져
“대형주의 부진…국내 증시 상승제한 요인”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최근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맴도는 가운데 중·소형주가 대형주 수익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내수와 정책 수혜주 모멘텀이 중소형주 위주로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WMI500 대형주 지수는 지난 25일 기준 1개월 수익률이 0.87%를 기록한 반면 중·소형주는 같은 기간 5.13%를 기록했다. 특히 중·소형주를 다시 규모별로 나누어 보면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소형주로 갈수록 수익률이 양호했다. 중형주는 4.71%, 소형주는 6.3%로 집계됐다.

이는 무엇보다도 테마주 순환매가 주를 이루는 최근 시장의 형태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중순은 리오프닝 관련주가 주목을, 2월 말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관련주가 주도 테마였다면 이달 초는 안랩(053800) 등 정치 대선 테마주에서부터 사료 관련주와 건설·인테리어 등 다양한 단기 테마가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러가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텐데 수출보다는 내수, 그리고 모멘텀이 정책 수혜주 등에서 나왔기 때문”이라면서 “내수와 정책 수혜주가 주목받는 만큼 소형주가 보다 아웃퍼폼했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단기 주도 테마가 기승을 부리는 배경에는 통화 긴축에 따른 유동성 제한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기업 비용 상승 등 매크로 환경을 꼽을 수 있다. 특히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신속한 대응을 강조하는 등 오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서 50bp(1bp=0.01%p) 인상론이 점차 대두되는 상황이다. 연준에서 50bp를 인상할 경우 유동성이 축소되는 속도가 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증시 테마가 주도하는 시기 또한 짧아지는 추세다. 이날 장 초반 높은 상승률로 부각되던 건설·인테리어 관련주인 오하임아이엔티(309930)는 상한가 5520원에서 점차 상승폭을 줄이더니 장 마감가 4550원으로 전거래일 대비 7% 상승하며 마감했다. 이 회사의 종가 기준 시가 총액은 956억원이다.

가구 관련주인 에넥스(011090)도 장중 고가 2825원에서 전거래일 대비 3% 오른 2400원까지 내려와 거래를 마쳤고 현대리바트(079430)도 마찬가지였다. 양사의 시가 총액은 1440억원, 3224억원이었다. 장 초반 급등한다고 해서 섣불리 추세 매수를 해선 안 되는 이유다.

이 연구원은 “올해는 단기간 부각되는 재료가 주가를 움직이고 있는데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3월 들어 코스피 소형주의 강세는 완연하며 내수기업과 중·소형주 위주로 규제 완화의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재료 가격의 변동성 탓에 원유와 알루미늄, 니켈 등 관련주들의 급등락세도 여전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의 성과가 부진한 점은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제한하고 있는 요인”이라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주요 상품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이런 상황이 신흥국에 미칠 피해가 클 것이라는 분석으로 외국인의 대형주 매도 우위가 지속되고 있는 점은 대형주의 부진을 이끈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럼에도 이익률이 증명되는 대형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최 연구원은 “연초 이후 규모별 실적 전망치 변화를 보면 대형주 스타일의 펀더멘털은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며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의 연초 이후 변화율을 살펴보면 대형, 중형, 소형 스타일이 각각 2.8%, -2.1%, 0% 변화하며 대형주만이 개선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