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북극]⑧파란북극, 제로임펙트 시대에 대비해야

by정다슬 기자
2021.08.13 06:00:00

파란북극, 거대한 경제적 기회이자 국제정치의 격전지
급변하는 기후는 ESG '선택'아닌 '의무'로
범정부 차원 북극전략 마련하고 책임있는 환경기술 개발해야

<북극 지방은 백야가 나타나는 북위 66도 33분선 지역부터 북극점까지의 지역을 뜻합니다. 거대한 빙하, 혹한과 눈폭풍이 지배할 것 같은 이곳은 그 어느 곳보다 기후변화에 극심한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극의 변화는 인류 공동 대응을 요하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막대한 자원과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블루오션’(Blue Ocean)인 셈입니다. 파란 북극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이유입니다.

지금 북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우리의 갈 길에 대해 이데일리가 8회에 걸쳐 격주로 연재했습니다. 릴레이 기고의 마지막 주자인 이 망망대해를 향해 닻을 올리는이 시점, 잊어서는 안 되는 나침반이 무엇인지를 제시합니다.>



김종덕 KMI 부원장이 2016년 8월 러시아쇄빙선 ‘승리50주년 기념호’에 환승하기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 부원장은 당시 승리50주년 기념호 위에서 열린 국제회의 정부대표단 일원으로 초청받아 북극해를 경험했다.(사진= 김종덕 부원장 제공)
북극해를 덮고 있던 하얀 얼음이 걷히고 푸른 바다가 나타나는 것을 빗댄 ‘파란북극’. 하지만 그 표현만큼 우리가 직면한 북극의 상황은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야말LNG(액화천연가스)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아틱LNG2 사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더 나아가 아틱LNG1, 오비LNG, 아틱LNG3 사업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대규모의 LNG 개발을 추진하면서 유럽과 동아시아에 대한 에너지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 사업들은 LNG 액화설비와 선박건조, 북극항로 운항, 인프라 건설 등 관련 산업에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미국은 북극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한편, 알래스카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해 가기로 했고 더 나아가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북극 국가들과 군사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이를 통해 러시아의 북극 내 군사활동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빙상 실크로드를 통해 북극항로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한다.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야생불은 올해만 이미 420만헥타르(ha)를 넘는 동토층을 태웠다. 우리나라 전체 경지면적의 2.7배에 해당하고 3000여㎞ 떨어진 북극점까지 사상 처음으로 연기가 도달했다고 한다. 또 아틱포탈(Arctic Portal)에 따르면 그린란드에서 지난 7월27일 하루에만 약 94억톤(t)의 빙하가 녹아내렸으며, 이는 소양강댐 최대저수량의 3배가 넘는 양이다.



(왼쪽) 2016년 러시아 쇄빙선 ‘승리50주년기념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한 국가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중국, 인도가 참석했다. (오른쪽) 그린란드 일루리샷 전경. 중국통신건설회사(CCCC)는 2019년 이 지역에 공항입찰에 나섰으나 미국과 덴마크 등의 반발로 철회했다.(사진=김종덕 부원장 제공)
이렇듯 파란북극은 거대한 경제적 기회를 품고 있지만 국제정치판의 격전지이자 급변하는 기후를 상징하는 지표의 장이다. 그러면 이 파란북극이 우리에게 주는 숙제는 무엇일까?

우선 북극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룰 범정부 북극전략이 필요하다. 북극의 다양한 정치·경제·자연환경은 여러 정책을 상호모순에 빠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월 제정된 극지활동진흥법을 통해 정밀하고 균형 잡힌 북극 국가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과학기반의 지속가능한 접근 전략이 요구된다. 환경에 대한 위협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이를 관측, 예측할 수 있는 과학역량은 신뢰받는 파트너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건조가 확정된 제2 쇄빙연구선뿐만 아니라 북극과학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책임있는 친환경기술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차별화된 최첨단 친환경기술은 안전한 북극이용을 담보할 수 있고, 이는 우리를 북극의 주변인이 아닌 주인공으로 자리잡게 할 것이다. 앞선 북극 국가들과 과감한 기술협력을 추진할 필요성이 여기 있다.

마지막으로 북극이사회, 북극서클, 북극프론티어, 북극협력주간 등 다양한 대화의 틀을 통해 우리의 노력을 공유하고 협력의 깊이를 더해가야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아 우리나라는 비북극국가 중에서 가장 다양한 분야에서 북극협력이 가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오로라와 희귀동식물이 가득하고 막대한 자원이 있지만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3배 이상 빠른 기온상승을 겪고 있는 북극은, 그 변화를 중위도를 비롯한 지구 전체로 되돌려주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국제사회는 더이상 북극 기후시스템이 오작동되지 않도록 북극 활동에 대해 ‘제로 임팩트’를 요구하게 될 것이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북극 비즈니스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정밀한 국가전략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역량을 통해 파란북극이 제공하는 기회와 도전을 선도하는 리더국가를 그려본다.

그래픽=문승용 이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