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대만 법인 설립 추진…여덟 번째 해외진출

by전재욱 기자
2021.03.12 05:00:00

작년 11월 이사회 승인 거쳐 대만법인 설립 추진
현지 업체 점유율 낮아 외국기업 격전 기회 땅이지만
흡연인구 감소하고 불법담배 판쳐 낙관하기 일러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KT&G가 대만 법인 설립을 추진한다. 사무소 형태의 조직을 법인으로 격상시켜 현지 사업에 힘을 주려는 시도이다.

12일 KT&G에 따르면 이 회사 이사회에 달린 경영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대만 법인 설립 추진 안건을 의결했다. 현재 대만 당국에 법인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고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대만 법인이 설립하면 세계에서는 여덟 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 해외법인이다. 아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만은 세계 담배 회사의 격전지로 평가받는다. 토종 대만 국영 담배회사 ‘대만담배주류공사’ 점유율이 3분의 1 남짓으로 현지 기업의 시장점유율도 크지 않다. 전매 시스템으로 담배를 생산 및 제조하다가 2002년 담배 시장을 경쟁 체제로 전환한 결과이다. KT&G가 대만 시장에 진출한 것도 이 무렵이다. 현재는 2003년 진출한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가 외국계 가운데 시장 점유율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KT&G는 그동안 대만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왔다. 최근까지 대만에서 ‘보헴시가’(BOHEM CIGAR)의 판매량 눈에 띄게 증가해왔다. 2010년 출시한 당시 판매량은 1684만 개비에서 2017년 4억7000만 개비까지 늘었다. 스테디셀러 ‘에쎄’까지 포함하면 2017년 한해 대만 판매량은 7억 개비 이상이다.



대만 법인화는 2019년 대만담배주류공사와 업무 협약을 닦으면서 본격화했다. 이 회사가 담배와 주류 외에 건강기능식품과 뷰티 사업을 하고 있는 점에서 사업 다각화가 예상됐다. KT&G 자회사 한국인삼공사와 뷰티 기업 코스모코스가 먼저 현지에 진출해 있는 터라서 가능성을 밝혔다.

다만 대만 시장을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 담배에 붙는 건강세(the Health Tax)가 날로 커지고 있어서 담배 값을 끌어올렸고, 가격 저항에 부닥친 흡연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이다. 고질적인 불법 담배 제조 및 수입도 악재다. 결국 제도권의 담배 회사 영업 기반을 잠식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KT&G 관계자는 “대만 법인은 현지에서 절차를 밟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 방향과 규모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