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슬기로운 투자생활]주식투자자가 주목하는 SLR 대체 뭐길래

by이슬기 기자
2021.03.09 05:30:00

연준, 코로나 이후 SLR 완화해 국채 시장 안정시켜
이달 말 완화 연장 안될 시 국채 수요부진→금리급등
이번주 美 국채 입찰 예정도…수요 여부 ''주목''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시장이 위태위태한 모습을 계속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시금 연방준비제도(연준·Fed)로 향하고 있습니다. 연준의 정책 중에서도 최근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건 바로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완화의 연장 여부입니다. SLR 완화 정책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국채 금리가 더 뛰면서 증시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데요, SLR이 대체 무엇이길래 다들 지켜보는 걸까요?

SLR이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긴 제도입니다. 총자산이 2500억달러 이상인 대형은행들은 총 자산 중 정해진 비율만큼은 꼭 자기자본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가진 돈에 비해 너무 많은 자산을 산 상태에서 경기둔화가 오면 또 다시 금융위기를 맞을 수 있으니까요. SLR은 총익스포저(위험노출액, 즉 매입한 국채·파생상품 등)를 분모로 하고 은행의 기본자본을 분자로 해 산출합니다. 연준은 대형은행이 이 SLR을 3% 이상(JP모건 등 ‘시스템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은 5% 이상)으로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죠.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연준은 SLR 규제를 완화시켜줍니다. 어떻게 완화했냐면, SLR을 계산할 때 미국 국채 등은 빼주겠다고 한 겁니다. 즉 SLR의 분모가 되는 총익스포저 금액 중에서 국채가 빠지니까 은행들은 똑같은 자본을 들고 있어도 SLR을 높일 수 있었고, 높아진 만큼 추가로 국채를 살 수 있게 된거죠. 대형 은행들이 국채를 추가로 사들일 수 있게 되자 국채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국채 가격은 뛰었고 금리는 내렸죠(채권은 최종 만기 수익률이 정해져 있는 상품, 즉 ‘Fixed Income’이니까요. 채권의 만기 수익률이 1만원으로 고정된 상태라고 가정하고, 매매 가능한 채권 가격이 9524원에서 9709원으로 오르면 반대로 만기까지의 금리가 5%에서 3%로 내리는 원리입니다). 연준의 이러한 조치로 코로나19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게됐습니다.

문제는 이 SLR 규제 완화가 이번달 말 종료될 예정이라는 겁니다. SLR 규제 완화가 종료되면 은행들은 채권까지 포함해 SLR 기준을 새로 맞춰야 합니다. 달리 말해 추가로 국채 매입에 나서지 못할 뿐더러 보유한 국채마저 내다 팔아야 할 수 있다는 얘기죠. 물론 추가로 자본을 확충해서 분자를 늘릴 수도 있지만, 은행 입장에선 분자를 늘리기 보단 분모를 줄이는 게 보다 빠른 선택지일 겁니다.



일각에선 지난달 말 7년물 국채 입찰이 부진했던 것도 SLR 규제 완화 종료를 두려워 한 은행들 때문이라는 시각도 제기됩니다. 지난달 25일 미국 재무부는 620억달러 규모의 7년물 국채 입찰을 진행했는데요, 매우 수요가 부진했던 탓에 10년물 국채 금리까지 상승한 바 있죠.

앞으로 국채 매도가 늘어나면 국채 금리는 더 뛸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국채의 값이 싸지니까 반대로 금리가 상승하는 거죠. 안그래도 지금 경기 반등을 반영해 국채 금리부터 뛰어서 주식시장이 시름하고 있는데, SLR 종료까지 겹친다면 국채 금리가 추가로 더 뛸 수 있겠죠. 금리가 오르면 무위험 국채를 사도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엔 악재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풀린 ‘돈’의 힘으로 가파르게 오른 성장주에겐 더 골칫거리죠.

당장 연준은 말이 없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주변인들은 연장 종료를 강하게 주장하는 모양새입니다. 젤레나 맥윌리엄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도 SLR 완화를 연장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반대의 의사를 내비쳤죠.

한편 이번주에는 미국 국채 입찰까지 예정돼 있습니다. 오는 10일 미국 재무부가 10년물 국채 380억달러 분에 대한 입찰을 진행합니다. 국채 입찰에 응하는 참가자들은 산 국채를 다시 헤지펀드나 연금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 국채의 수요가 어느정도인지를 면밀히 판단하고 입찰에 나섭니다. 이때 국채 입찰이 또 부진하면 2월 말과 같이 채권 금리가 상승해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겠죠. 주식에 투자하는데 채권을 알아야만 하는 어려운 시기입니다. 투자자들은 여러 신호를 제대로 파악하고 신중히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