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유 기자
2020.08.08 06:00:00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기맹기 작가의 신작
아역배우의 롤러코스터 같은 연예계 스토리
각종 연예계 뒷이야기 현실적으로 담아내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그림=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 ‘여주실격!’
TV 속 배우들은 언제나 화려하다. 일반인들이 경험해보지 못하는 삶을 연기로 살아볼 수도 있고, 팬들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나 삶이 화려할 것 같은 배우들 역시 어두운 단면이 있다. 화려한 삶의 뒷편엔 외로움과 공허함, 그리고 언제나 악성댓글에 시달려야 하는 연예인들만의 굴레가 있다. 네이버웹툰 ‘여주실격!’은 이 같은 연예계의 삶을 흡입력 있게 연출한 작품이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을 그렸던 기맹기 작가 작품으로 이번 ‘여주실격!’ 역시 특유의 연출력과 현실 반영이 눈에 띈다.
‘여주실격!’의 주인공은 아역배우 출신의 18세 톱스타 천리사다. 재능, 미모, 성품을 모두 갖춰 ‘천사리사’로 불릴만큼 연예계의 블루칩이지만 어릴 때부터 다양한 가십거리에 시달리며 성격은 다소 삐뚤다. 그런 리사에게 같은 반 친구 오도원이 다가온다. 도원의 반듯한 매력에 빠진 리사는 그와 연인이 된다. 하지만 문제가 생긴다. 리사가 우연치 않게 신인 아이돌인 ‘올타임’의 한 멤버와 열애설이 나는 등 각종 가십이 불거지자 리사는 도원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마음의 공허함이 커진 리사는 올타임의 한 멤버인 조조로 인해 의도치 않게 마약을 접하게 되고, 결국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 사건으로 리사는 연예계 은퇴까지 선언한다.
그렇게 4년간 리사는 술과 게임 등으로 백수시절을 보낸다. 결코 연예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던 리사지만, 그에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다. 과거 세상을 떠난 엄마와 함께 살던 집의 계약이 끝나 내년이면 집을 비워야 하는 것.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집을 버릴 수 없는 리사는 주택 매매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다시 연기를 시작한다. 운명의 장난일까. 복귀작 ‘메리고’에 도원이 남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서 또 다시 리사의 가슴을 흔든다. 이후 연예계 복귀를 위한 리사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도원과의 러브라인이 어떻게 이어질 지 관심을 모으게 한다.
‘여주실격!’은 기맹기 작가가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드라마 촬영장에 구경갔을 때 아역 배우와 스태프 등을 보면서 언젠가 드라마 촬영을 소재로 한 웹툰을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기획된 작품이다. 어린 나이에 인기를 얻었지만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공허함, 외로움에 시달리는 리사의 캐릭터 설정이 눈에 띈다. 작가는 연예인들에게 가해지는 엄격한 사회적 잣대, 이에 따른 좌절, 극복 등을 천리사를 통해 보여주려고 한 듯 보인다.
또한 복귀했지만 연기에 대한 트라우마로 술에 의지하는 리사의 모습을 보면 짠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각 화마다 대중들의 악성댓글을 통해 차가운 대중의 시선을 표현한 것은 물론 남주인공 오도원의 스폰계약, 천리사의 마약 파문 등 현실적인 연예계 뒷얘기들을 그대로 옮겨 왔다는 점도 흥미스럽다. 무엇보다도 작품의 스토리 전개와 연출 자체가 재밌다. 다음 회차를 궁금하게끔하는 매력이 있다.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요리를 제대로 못하면 가치가 떨어지듯, ‘여주실격!’은 실력있는 요리사의 실력이 스토리 전개 등에 그대로 묻어져 나와 독자들에게 흥미를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