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깎아주세요"…호텔 사들인 펀드 수익률 타격 불가피

by이광수 기자
2020.06.16 00:20:00

호텔 경영 악화에 임대료 제대로 못 받아
부동산 공·사모 펀드 연초 이후 수익률 부진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호텔 투자한 부동산 펀드 수익률도 악영향을 받았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경 폐쇄 등으로 호텔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일부 임차인은 최소보장임대료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돼, 펀드 입장에서는 연 4%대 수준의 목표 수익률도 위협받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펀드는 호텔 투자대신 생활형숙박시설 투자로 방향을 변경하는 등 기존 호텔의 기능을 어느 정도 갖추면서도 주거의 기능을 더하는 등의 자산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5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자산운용사는 호텔 측으로부터 임대료를 깎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초 최소보장임대료에 실적에 연동해 임대료를 받기로 했지만, 코로나19로 투숙객이 급감했고 최소보장임대료 내기도 버거운 상황이 된 것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임대료를 깎아준 펀드도 많은 것으로 안다”며 “투자자에게 개별적으로 통보가 갔을 것”이라고 전했다.

부동산금융 업계 관계자는 “임차인이 우량하면 버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에는 최소보장임대료도 힘들 수 있다”며 “임대료를 인하해주면 그만큼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은 필연”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호텔 투자를 목적으로 설정된 사모펀드는 대체로 부진했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사모비즈니스호텔부동산(파생)’는 연초이후 수익률도 마이너스(-)0.37%, 최근 1년 수익률도 -3.04%를 각각 기록했다. 해당 펀드는 싱가포르 비즈센트레캐피탈과 데이터펄스 테크놀로지가 출자자(LP)로 있다. 당초 펀드의 출자자였던 군인공제회는 작년 6월께 지분 매각하면서 수익을 보고 나왔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공모 부동산 펀드도 마찬가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하나대체투자티마크그랜드종류형부동산투자신탁 1 ClassF’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이 0.43%에 그쳤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했던 최근 석 달로만 보면 -0.80%를 기록했다.

이 펀드에는 서울시 중구 회현동의 ‘티마크 그랜드 호텔 명동’이 편입돼 있다. 이 펀드는 1년 기준으로는 10.83%로 공모 부동산 상품 중에서는 가장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로 호텔 고객 수가 급감하면서 수익률도 하락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흔하지는 않지만 임차인인 호텔측에서 먼저 운용사에게 고통분담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임대료를 내리는 만큼 기대 수익률이 훼손됐으므로 운용사에서도 운용보수를 낮추거나, 일정 기간 받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임차인 측에서 제안하기도 한다는 것.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때 볼 수 있었던 상황이 코로나19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에 호텔을 레지던스로 용도 변경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있다. 레지던스는 호텔처럼 숙박시설의 한 종류지만 취사시설을 갖추고 있어 장기간 숙박도 가능하도록 돼 있다. 호텔에 주거의 기능을 더한 것이다. 동시에 리파이낸싱을 통해 금융 조달 비용을 낮추려는 움직임도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부동산 운용사 한 관계자는 “호텔이 불안정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거의 기능과 섞어보려는 시도들이 있다”며 “비단 호텔뿐만 아니라 오피스도 오피스텔 등 다른 용도로도 개발하는 시도들이 관측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