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음악 강습으로도 감염…교습학원 이어 취미학원도 `곡소리`

by박순엽 기자
2020.03.11 02:27:00

줌바교습으로 코로나19 확산…취미학원 발길 뚝
강사들 "주민센터강의 끊겨 경제적 고통은 두 배"
학원 "정부 지원 필요"에 교육부는 "지속 협의"

[이데일리 박순엽 하상렬 기자] “이제 개업한 지 석 달째인데, 상황이 이러니 막막하다는 생각뿐이네요.”

지금으로부터 석 달 전, 서울 성북구에 태권도장을 차린 이모(35)씨는 텅 빈 도장 바닥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정부 방침에 3주째 태권도장 문 조차 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개업 이후 학부모 참관수업을 하는 등 노력 끝에 3개월 만에 100명 정도의 원생을 모았지만, 계속된 휴원으로 겨우 모아놓은 원생들을 모두 잃을까 밤잠을 설친다.

10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태권도장이 텅 비어 있다. (사진=하상렬 기자)


지난달 1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줌바댄스 강사 워크숍을 출발점으로 한 코로나19 확산이 충남·세종지역을 뒤흔들고 있다. 이 워크숍에 참가한 강사로부터 줌바댄스를 배웠던 바이올린 강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바이올린 교습생들과 교습생의 배우자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줌바댄스·바이올린 교습이 코로나19 감염의 연결고리로 떠오른 것이다.

이렇다보니 댄스, 음악 등 취미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을 찾는 이들의 발길도 끊겼다. 이번 사태에서 문제로 떠오른 춤이나 음악은 물론, 서예·태권도 등 다른 취미를 다루는 학원들도 울상이다. 수강생 감소에 따른 매출 저하로 학원 운영이 쉽지 않아진 탓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에서 학원·교습소의 휴원 권고로 대다수 학원은 닫거나 개점휴업하고 있다.

10일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실용음악학원도 학원 문만 열어둔 채 수업은 진행하지 않고 있었다. 이 곳에서 강사로 일하는 이모(30)씨는 “개학·개강 시즌엔 신규 수강생들이 많이 들어오는 편인데, 학원 휴원 전부터 상담조차 끊겼다”면서 “기존에 학원을 다니던 취미반 수강생들도 음악에 흥미를 잃어 학원을 찾지 않을 수도 있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우려했다.



여러 명이 같은 기구를 사용하고 운동할 때 타인의 땀이나 침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헬스장 등 실내 운동시설을 찾는 이들도 부쩍 줄었다. 인천시 서구 청라동에서 PT(일대일 운동 교습) 강사로 일하는 이모(30)씨는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체육관에 나오지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며 “등록 기간을 연기한 회원이 많아 현재 일은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서예실의 모습. 서예실 운영자만 학원을 쓸쓸히 지키고 있다. (사진=하상렬 기자)
아울러 취미학원을 운영하는 이들 중 주민센터 시간강사로 활동했던 이들은 그마저도 끊겨 경제적 고통을 이중으로 겪고 있다고 성토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서화·서예실을 운영하는 김주용(65)씨는 “수강생이 원래 20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0명”이라며 “시간당 3만원 정도 받으며 주민센터 시간강사를 나가기도 했는데 이 마저도 끊겨 힘들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김씨는 “정부는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을 내놓는 것처럼 우리 같은 취미학원 강사, 문화센터 시간강사를 위한 정책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9일 한국학원총연합회도 “휴원 필요성엔 동의하지만, 휴원으로 말미암은 영업 손실과 그에 따른 어려움이 많다”며 “학원 지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처럼 매출 압박에 시달리자 일부 학원·교습소들은 정부 권고에도 학원 문을 닫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실용음악학원 원장은 “정부에서 권고 연락이 지속적으로 오고 있지만, 매출이 90% 떨어진 상황에서 학원 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문을 열고 있다”며 “정부에서 휴원을 위한 지원도 안 해주니 일단 성인을 대상으로 한 취미반만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원 측이 다음 주부터 탄력적인 휴원을 하겠다고 하자 “쉽게 결정할 사항이 아니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겠다”며 다음 주까지 휴원에 동참해줄 것을 학원 측에 요구했다. 아울러 유 부총리는 학원 지원 방안에 대해선 관계부처와 지속해서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