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불구경하는 韓]"거래소, 올 상반기 탄소배출 저감지수 만든다"

by최정희 기자
2020.03.02 00:20:00

황우경 거래소 인덱스사업부장 인터뷰
2015년 탄소배출권거래시장 개설로 관련 데이터 구축
`시가총액` 고려한 ESG 지수, 코스피 수익률 상회
국민연금 ESG 벤치마크 변경에 `도전장`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거래소가 올 상반기 탄소배출을 적게 하는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를 만든다. ESG(환경 Environment, 사회적 책임 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 Governance) 항목 중 E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아직 ESG와 수익률의 관계가 입증되진 않았으나 거래소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그 관계를 입증해나가고 있는 단계다.

황우경 거래소 인덱스사업부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올 상반기 탄소저감율과 재무정보, 시가총액 등을 조합해 탄소를 적게 쓰는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인덱스 사업부는 MSCI, S&P다우존스 인다이시스 등 민간 지수 사업자처럼 직접 지수를 만들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다.

탄소배출 저감 지수를 만들려면 관련 정보가 많아야 하는데 2015년 1월 거래소 내 탄소배출권거래시장이 개설되면서 각 기업의 탄소 배출 관련 정보가 상당 부분 구축돼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에선 연간 12만5000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600여개 회사에 탄소배출권을 할당하고 이들 회사가 거래소를 통해 남은 탄소배출권을 팔고 모자란 배출권은 사도록 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일평균 탄소배출권 거래량은 6만8940톤에 달한다.

다만 ESG 투자에서 항상 제기되는 의문은 수익률이다. 황 부장은 “아직까지 E 영역이 주가 수익률과 양의 관계에 있다는 정확한 연구 결과는 없다”면서도 “수익률에 여러 변수들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2015년 ‘KRX ESG 리더스150’ 지수를 시작으로 6개 ESG 지수를 산출했는데 이중 시가총액 비중을 가미한 지수만이 초과 수익률을 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최근 3년간 8.4% 올랐는데 ESG사회책임경영(13.7%), 코스피200ESG(17.9%) 지수는 코스피를 상회한 반면 ESG리더스150(-0.6%), 거버넌스리더스100(6.5%), 에코리더스100(2.5%)지수는 하회했다. 황 부장은 “초기에 만들어진 ESG 리더스 지수는 시가총액과 무관하게 ESG 점수가 높은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며 “중소형주 비중이 높아 중소형주가 강세인 장에선 초과 수익률을 내고 있으나 대형주 장세가 지속되면서 시가총액을 가미한 ESG 지수가 더 수익률이 좋다”고 말했다.



수익률과 별개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ESG 관련 투자가 미미한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18년말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의 ESG 관련 투자는 약 27조원 수준으로 국민연금이 99%를 차지한다.

ESG투자가 활발한 유럽에 비해서도 관심이 적은 편이다. 황 부장은 그 이유로 ‘기대 수익률의 차이’를 꼽는다. 그는 “유럽은 ESG를 투자 철학으로서 접근한다”며 “마이너스 금리 환경에서 주식 투자를 통해 기대하는 수익률이 2%에 불과해 원금을 까먹지 않는 것에 집중, 오히려 명분이 있는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기대수익률은 20~30%에 달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ESG에 관심이 덜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국민연금이 13년만에 기금운용원칙을 개정해 `지속가능성의 원칙`을 추가한 것은 ESG 투자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황 부장은 “국민연금이 ESG 관련 시스템을 만들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기관 자금이 ESG 우수 기업으로 가고 기업이 움직이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 주가가 오르고 개인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또 ESG투자 관련 벤치마크를 변경키로 했다. 여기에 거래소도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황 부장은 “국민연금은 ESG 벤치마크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썼는데 이번에 변경키로 했다”며 “거래소 뿐 아니라 여러 지수 사업자들이 벤치마크로 선정되기 위해 경쟁이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는 국민연금 전용으로 ESG 벤치마크를 개발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외부 지수를 벤치마크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 공적연금기금(GPIF)는 S&P다우존스 인다이시스가 개발한 ESG 지수를 벤치마크로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