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벗은 힘: 이재형의 직장인을 위한 Plan B 전략]
by류성 기자
2019.07.06 04:56:07
(8)내가 그렇게 열심히 하던 공부를 내려놓은 이유
[발가벗은 힘: 이재형의 직장인을 위한 Plan B 전략]
(8)내가 그렇게 열심히 하던 공부를 내려놓은 이유
아쉽게도 MBA 단체 졸업사진에는 내가 없다. MBA 졸업식과 코액티브 코칭 마지막 수업 일정이 겹쳤던 것인데, 이때 나는 미련 없이 코칭수업을 들으러 갔다. 대신 코칭 공부를 함께했던 미국인 친구들이 졸업을 축하해주었다.
졸업을 ‘새로운 시작’이라고들 한다. 실제로 ‘졸업’을 뜻하는 영어단어 ‘commencement’에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도 있다. 나에게 졸업은 과거고, 코칭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했다. 또 졸업 후에는 회사로 돌아가 새롭게 적응을 해야 했다.
| 코액티브 코칭 클래스메이트. 이들이 MBA 졸업 축하파티를 열어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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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회사로 돌아가려니 만감이 교차했다. 복귀할 부서도 선택해야 했고, 앞으로 커리어를 더 잘 쌓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마침 기획·지원부서부터 사업부서까지 여러 부서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행복한 고민이 들었다. ‘MBA를 하니 몸값이 뛰는구나!’라는 생각에 공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스카우트 제의라도 받은 양 기분이 좋았다.
고민 끝에 전략기획실 경영기획담당 부서에서 일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다시 떠올려보다가 향후 경영자, 관리자를 코칭하고 개인과 조직의 변화를 돕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가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전략기획실 경영기획담당은 회사라는 거대한 항공모함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부서로, 조직 전체의 섭리를 이해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CEO의 경영 목표 수립 및 경영성과 평가·보상, 임원 평가 및 보상 업무를 맡게 되었다. 중요하면서도 심리적으로 부담감이 큰 업무였다. 하지만 그룹 전체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정량적·정성적 성과에 대해 미시적인 부분까지 챙겨야 하는 일이므로 역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2년 반 정도 이 업무를 담당했는데, 덕분에 경영자적 안목을 기를 수 있었고, 계열사로 파견돼 CFO(최고재무책임자) 겸 경영총괄 임원 역할을 수행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퇴사 후 기업의 경영자, 관리자들을 코칭할 때도 그때 익힌 지식과 경험이 큰 자산이 되고 있다.
회사에서 하고 있는 업무가 미래에 하고 싶은 일과 연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일하는 것이 즐거웠다. 퇴직 후에 할 일을 월급 받아가며 미리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묘한 쾌감까지 들었다.
회사 업무에 대한 열의만큼 코칭에 대한 열정도 계속 이어갔다. 한국에서는 코칭 과정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퇴근 후나 주말에 시간을 내서 코칭, 심리학과 관련된 다양한 강의들을 들었다.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사)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 코치(KPC, Korea Professional Coach) 자격을 취득하고, 이어서 성격 유형 검사 중 하나인 DISC 강사 자격과 교류분석(TA, Transactional Analysis) 강사 자격을 취득했다.
또 성향 및 직업 검사인 버크만 검사와 성격 유형 검사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MBTI 기초 과정도 이수했다. 프로이트와 아들러의 심리학에 대해서도 가볍게 공부했다. 그러면서 조직 변화에 심리학을 어떻게 접목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통찰과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리고 훗날 국내 최초로 MCC(Master Certified Coach)가 된 박창규 코치님을 이때 만났다. 70세가 넘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전문코치로 활약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박 코치님을 보면서 나의 코칭에 대한 열정이 다시 살아났다. 그래서 그분이 주최하는 ‘코칭 MBA’ 과정 1기로 참여해 1년 동안 공부했다. 전문코치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 과정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던 나는 선배 코치들과 공부하며, 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까지 이래야 하지?’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언제까지 이렇게 강의만 듣고 다닐 것인가, 이제 뭐라도 내 것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무리 코칭 강의를 열심히 듣고 관련 지식을 습득한다 해도 진정한 내 것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사람들은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들을 때는 의지를 다지고 뭔가를 실천해야겠다는 강한 자극을 받는다. 하지만 책장을 덮거나 강연장을 나오면 그 감정은 점점 약해지고 다시 현실에 순응하게 된다. 그러다가 다시 현실에서의 불만족스러운 감정이 고개를 들면 새롭게 마음을 다지기 위해 책과 강연을 찾는 일을 반복한다.
나 또한 그런 생활을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 깨달은 것이다. 나는 코칭 MBA를 마지막으로 그렇게 열심히 하던 공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후 완전히 새로운 자기계발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그 이야기는 다음 칼럼에서 들려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