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中 유니콘 탄생의 네 가지 법칙

by문승관 기자
2019.03.12 05:00:00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3년 전 찾았던 중국 베이징 중관춘창업거리(中關村創業大街)의 음식점에 대한 흥미로운 경험은 그 이후 저녁 자리 단골 소재가 됐다. 중관춘 내 ‘1911’이라는 음식점이었는데 중국 칭화대 설립연도를 따 이름을 지은 식당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종업원은 예약된 방까지만 안내하고 사라졌다. 아무리 찾아봐도 메뉴판은 없었다. 멋쩍게 가져온 찻물만 홀짝이다가 함께 간 중국 측 인사가 메뉴 선정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줬다.

먼저 스마트폰의 위챗으로 식탁 위에 있는 QR코드를 인식한다. 스마트폰 화면에 메뉴가 나타나고 각자 좋아하는 메뉴를 클릭하면 선정된 전체 주문 내역을 볼 수 있다. 식사를 마친 후 계산대에 음식값을 내는 과정이 없었다. 이미 위챗페이로 중국 측에서 계산을 끝냈다고 했다. 중관춘 스타트업의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거리를 실현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의 트랜드를 보고 그것에 맞는 중국기업에 투자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에서 뜨는 트랜드를 보고 한국에 투자하는 흐름으로 완전히 변했다.

지난 1월 발표한 CB인사이트 자료를 보면 중국 기업이 전 세계 유니콘의 30%에 달한다. 중국 85개의 유니콘을 분석한 결과 공통으로 4가지 배경이 있었다. 훌륭한 인재, 적절한 펀드, 데이터 접목,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다.



매년 밸류를 2배 이상 끌어올리면서 1~2억 달러, 많게는 6억 달러씩 투자를 받는 기업이 다수다. 여러 유니콘이 1~2년이 채 안돼 이런 자금을 유치한다.

이렇듯 중국은 인재, 돈, 데이터, 정부 지원이 함께 돌아가는 선순환 생태계 구조다. 어느 하나만 가지고 돈과 인재가 몰리진 않는다. 중국은 인재가 스타트업을 만들고 갈 수 있는 생태계가 크다는 것이 강점이다.

뛰어난 엔지니어가 중국에 와서 창업하는 것은 애국심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큰 부를 얻을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유니콘이 만들어지고 성공하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규제를 꼽는다. 전통산업을 보호하는 규제 등으로 혁신기업이 성장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든다는 주장이다. 창업은 앱 개발 등 소프트웨어(SW) 분야에 집중돼 있다. 벤처 투자는 여전히 재정·모태펀드 중심이다. 민간 자본의 자율 투자 확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규제로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제도 등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아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는 신산업 출현과 우수 인력 유입은 여전히 요원하다. 스타트업ㆍ벤처업계 반응은 냉소적이다. “한국이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인 건 불필요한 규제 때문인데, 정부 돈을 풀어서 유니콘 기업을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6일 정부가 제2 벤처 붐 확산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24장짜리 대책에는 규제 개혁 정책을 찾아볼 수 없다. 2022년까지 12조원의 돈을 쓴다고 한다. 규제 철폐와 개혁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와 책임감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12조원 혈세의 값어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