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관의 워치독]'안갯속' 증권거래세 폐지…'용두사미'되나

by문승관 기자
2019.03.03 09:00:00

민주당 ‘4월 개편안발표’ 계획에…기재부 “실무 협의도 없었다” 맞불
장기화하는 국회 공전에 내년 총선까지…‘골든타임 놓칠까’ 전전긍긍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가업상속 및 자본시장과세 개선 TF 1차 간담회에서 왼쪽부터 심기준, 이원욱, 최운열, 유동수 의원 등 위원들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세정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증권거래세 폐지를 두고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애초 이해찬 민주당 대표까지 나서면서 초반 기세를 밀어붙이는 듯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재부의 일사불란한 방어에 막히면서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설 지나고 구체적인 안을 내놓겠다던 민주당은 4월로 또다시 미뤘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1월말 증권거래세 개편을 검토하겠다며 첫 운을 뗐지만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증권거래세 폐지는 없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홍 부총리 발언 이후 이틀 만에 민주당은 5년간 단계적 인하 후 폐지안을 다시금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다.

증권거래세 폐지가 다시금 안갯속으로 빠져든 것은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두루뭉술한 권고안 때문이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10개월간의 활동을 마치며 증권거래세에 대해 기재부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 과세체계개편 TF의 첫 회의가 있던 지난달 26일이다.

재정개혁특별위가 발표한 재정개혁보고서에서 주식 양도차익과세 대상을 먼저 확대한 뒤 증권거래세도 조정하라고 권고했다. 강병구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증권거래세만 떼어서 판단할 사항 아니다. 정부도 2021년 4월까지 지속적으로 과세대상 확대하는 방안 갖고 있다”며 “그 이후에 좀 더 이중과세 같은 문제를 없애기 위해 거래세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거래세 개편에 대해 기재부의 주장대로 2021년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이 보유액 3억원 이상으로 낮춰진 이후에나 하라는 것이다. 기재부에서는 자신들의 손을 들어줬다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기재부는 손을 들어 준 재정특위의 보고서에 대해 “올해 입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과제는 2019년 세법개정안에 포함하겠다”며 “ 특히 중장기 검토 과제에 대해서는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반영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거래세 폐지를 두고 기재부와 민주당과의 힘의 균형이 깨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이 거래세 폐지와 자본시장 과세통합 방안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을 통과해야 한다. 법적 근거와 기준 없이는 과세 체계를 개선하기란 불가능하다. 국회 공전이 장기화하면서 이달 개원도 불투명하다.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운열 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장도 증권거래세 개편을 포함한 과세 체계 개편의 첫 조건으로 국회정상화를 꼽았다. 민주당은 4월까지 증권거래세 인하 방안과 가업상속 과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민주당의 발표에도 기재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당과 구체적인 방안을 두고 협의하거나 그런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상 7월 말~8월 초에 발표되는 연례 세제 개편안에 증권거래세 개편안이 포함될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다. 오히려 기재부는 연구 용역을 통해 증권거래세 폐지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다른 세수 방안을 확보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연내 방안 마련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2020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시간을 벌수록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여야가 본격적인 총선체제에 돌입한다.

금투업계는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며 하소연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내년 총선이라는 국가 정치 이벤트에 증권거래세 폐지와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이 묻힐 수밖에 없다”며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용두사미로 끝날까 걱정스럽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