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논에서의 조 사료 생산을 확대해야

by김형욱 기자
2018.12.04 06:00:00

노태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재배환경과 과장


[노태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재배환경과 과장] 미래에는 지금보다 많은 것이 더 빠르게 변할 것이라고 한다.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할 미래가 오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다가올 모호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큰 방향성을 따라가며 다양한 시도를 하다가 기회가 포착되면 이를 꼭 붙잡겠다는 전략을 세운다.

농업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에는 ‘주곡의 자급’이라는 하나의 큰 목표에 매진하여 그 성과를 달성했으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 이제는 농업도 산업의 한 축으로서 큰 방향성을 정하고 다양한 시도를 할 때이다.

논을 활용한 조 사료 생산 확대도 농업이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시도이다. 최근 쌀 소비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육류 소비는 늘어나고 있다. 육류 생산을 위해서는 많은 양의 사료가 필요한데 우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조 사료 자급률은 적잖은 투자에도 수년 동안 80% 대에 머물러 있다. 논에서의 조 사료 생산 확대는 양질의 조 사료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조사료 자급률이 향상되면 값비싼 농후사료를 대체할 수 있다. 축산농가의 경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 질소, 미네랄 등 양질의 조사료에 함유된 주요 비타민 공급으로 가축의 일당증체량의 증가와 육질 및 수태율 향상, 대사성 질병 및 번식장애 경감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발생되는 액비나 축분 시용을 통한 선순환으로 환경보존에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한 번 사라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생산기반 논을 유지하면서 쌀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조 사료는 동계에는 사료맥류와 목초를, 하계에는 사료용 벼 또는 사료용 옥수수를 재배함으로써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사료용 벼는 재배법이 일반 벼와 같고 기존의 농기계를 사용할 수 있어 추가로 농기계를 투입할 필요가 없다. 배수가 불량한 논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사료용 옥수수는 소득이 높을 뿐만 아니라 중부지역까지 이기작이 가능하다.

아직은 크고 작은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조 사료와 농후사료 비율은 48대 52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2~48% 정도 낮다. 그나마도 볏짚 등 품질이 낮은 조 사료 비율이 높다. 조 사료 소득도 낮은 편이어서 경종농가의 관심이 아직 부족하다. 축산농가 역시 안정적 공급이 확보되지 않고 품질이 불균형한 탓에 사용을 기피한다. 종자생산체계가 미비하고 가공, 유통 시스템도 미약하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양질의 조사료 생산 확대 필요성과 큰 가능성을 보여준다.

조사료 생산에 따른 보조금을 현실화하고 기계화 및 단지화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종자공급체계와 가공·유통 시스템 확립 노력도 필요하다. 빠른 효과를 위해서는 축산단지 인근이나 새만금 간척지 등 대면적 재배가능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축협이나 낙농조합과 연계하여 대형 세절형 수확기나 대형저장고의 설치를 지원한다면 작업 단순화 등으로 생산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논에서의 조 사료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사료용 벼의 품종육종 및 동·하계 연중생산을 위한 작부체계 기술 등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품종육종 분야에선 사료작물별 작부체계를 위한 조생, 단기성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재배 측면에서도 동계에 기상여건으로 맥류를 파종하지 못했거나 겨울에 동사했을 때 봄에 파종하는 재배법과 사료용 벼와 옥수수의 안정다수확 재배법이 있다. 연중생산 작부체계에 적합한 품종 선발 및 재배법 연구, 중북부지역으로의 논 재배확대를 위한 IRG, 트리티케일의 재배한계지 설정 연구, 조사료 영양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연구도 한창이다.

논에서의 조사료 생산 확대는 불확실한 농업 미래를 대비하는 하나의 방향이고 기회다. 정책자, 연구자, 농·축산업 종사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점을 해결하여 생산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반만년 배고픔의 설움을 해결하고 쌀 자급을 이룬 저력이면 조사료의 자급도 충분히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