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주 줄고,국내 미착공 늘고.. 건설사 '일감 보릿고개'

by성문재 기자
2018.11.30 04:20:00

10대 건설사 수주잔고 1년새 4.6%↓
대림산업 31%↓···가장 많이 줄어
"해외수주 감소 속도 빨라 우려"
재건축·재개발 위주 국내 사업도 부진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일감 보릿고개’에 시달리고 있다. 기간으로 보면 아직 수년치 일감이 남아 있어 위기를 논할 정도는 아니지만 업체별로 온도 차는 분명하다. 향후 신규 수주 실적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에 따르면 2018년 시공능력 평가 상위 10위 건설사들의 지난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277조3680억원이다. 1년 전(290조6701억원)과 비교하면 4.6% 감소한 수치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기준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림산업(000210), GS건설(006360), 대우건설(047040) 순으로 수주잔고 감소폭이 컸다. 매년 업계 1~2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삼성물산(028260)과 현대건설(000720) 역시 1년 전보다 수주잔고가 줄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회사별로 조금씩 상황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건설사 수주잔고는 플랜트부문에서 급감했고 주택부문은 늘었다”며 “건설업을 영위하는 게 가능할 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일감이 줄어든 업체도 있는데 그만큼 향후 건설·주택시장에 대해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작년 3분기 말 24조718억원이던 수주잔고가 올해 3분기 말에는 16조5757억원으로 7조4961억원(31.1%) 줄었다. 특히 해외 공사 수주잔고는 1조429억원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기존에 따냈던 공사는 상당수 마무리가 된 반면 해외 신규 수주는 올 들어 3분기까지 1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올 들어 해외건설 프로젝트 참여 전 사업성 분석을 예전보다 보수적으로 실시한 결과다. 4분기 들어 비로소 약 5000억원 규모 사우디아라비아 암모니아 생산공장 건설 공사를 따내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GS건설도 수주잔고가 2017년 3분기 말 40조4870억원에서 지난 3분기 말 34조597억원으로 6조4273억원 빠졌고, 같은 기간 대우건설은 33조105억원에서 4조3122억원 줄어 28조6983억원 어치 일감이 남았다.

GS건설이나 대우건설 모두 연매출액보다 3배 정도 되는 수주잔고가 있지만 감소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문제다. GS건설이 현재 수행 중인 해외 공사 규모는 총 41조3828억원(계약금액 기준)으로 이 가운데 88.6%(36조6487억원)가 이미 진행됐고 10% 정도만 남아있다.



해외 수주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더라도 국내 일감이 20조원어치 이상 쌓여있는 건 긍정적인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지만 국내 공사의 경우 계약 후 수년이 지나도록 첫삽도 뜨지 못한 사업장이 수두룩하다는 것이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 주택공사는 대부분 재건축·재개발사업인데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는 강화된 부동산 규제 여파로, 비규제지역인 지방에서는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우려 확산으로 사업 진행이 더디다. 서부내륙 고속도로, 신안산선 복선전철 등 일부 관급공사도 계획보다 더딘 진척에 착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감축하는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신규 수주 감소로도 이어진다”며 “해외 발주처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국내 SOC공사 발주마저 신통치 않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분양가 통제나 분양원가 공개 확대 등의 정책들도 건설업계의 신규 수주 영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며 “최근에는 서울 재건축 현장들에서 이주비 대출 등이 묶여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전했다.

업체별로 보면 수주잔고 감소폭이 큰 대림산업과 GS건설이 국내 미착공 사업장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 2009년에 계약한 7528억원 규모 인천 부평 청천2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매출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고 계약금액 7689억원 규모의 경기 성남 금광1구역 주택재개발 역시 아직 첫삽을 뜨지 못했다. 5275억원 규모의 부산 우암2구역 우암e편한세상 현장도 마찬가지다.

청천2구역 재개발 현장의 경우 재개발 조합과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지면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시공사 선정 철회 및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를 둔 조합이 다행히 최근 이를 철회하기로 하면서 사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조합과 대림산업은 철거작업에 속도를 내서 내년 초에는 첫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GS건설의 미착공 사업장들은 대부분 작년에 계약한 서울 및 수도권 재정비사업들이다. 계약금액이 가장 큰 현장은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아파트(9089억원)다. 지난 8월 이주가 완료됐고 내년 중 분양을 목표로 철거가 진행 중이다. 그밖에 5772억원 규모 장위4구역 재개발정비사업, 4789억원 규모 경기 과천주공6단지 재건축 현장, 4692억원 규모 수원 정자지구(111-1구역) 재개발 현장 등이 착공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수주잔고가 1년 전보다 늘어난 업체도 있다. 시공능력 평가 7위 포스코건설은 작년 3분기말 31조5051억원이던 수주잔고가 1년 새 36조8309억원까지 불어났다. 현대엔지니어링과 HDC현대산업개발(294870)도 같은 기간 수주잔고가 2조7038억원, 2조8783억원 증가해 각각 29조7065억원, 17조7704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베트남·칠레 등 동남아와 남미의 기진출 지역을 거점으로 해외 철강 및 에너지 발전 플랜트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며 “국내 건설산업 선진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신수종 사업 개발과 기술 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화공·에너지 플랜트 및 신재생 에너지 등의 신사업분야 진출을 통한 수주 확대 및 사업다각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이 싱가포르에서 시공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빌딩형 차량기지 프로젝트인 ‘싱가포르 T301’ 건설 현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직접 방문해 현장 관계자들을 격려한 바 있다. GS건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취임 이후 최초로 해외건설현장을 방문을 위해 GS건설 등 우리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현장을 방문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