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비상]②"시스템 개선해 가격유지”vs“임금·원재료 다 오르는데”

by함지현 기자
2018.11.21 04:00:00

오뚜기, 11년째 라면 가격 동결…점유율 늘려가
오리온, 시스템 효율화로 원가 절감…제품량 오히려↑
유통사, 물량확보·자체상품 등 통해 물가 안정 도모
가격 인상 업체 "수익성 악화 탓 어쩔 수 없어" 토로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연말을 앞두고 물가가 치솟으면서 소비자 물가지수가 2%에 달하는 등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데일리 함지현 이윤화 기자] 연말 물가 비상 속 ‘착한 가격’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제조사는 유통과 물류 시스템 구조를 개선해 작업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주요 제품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가격을 올린 업체들이라고 해서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건비와 원재료 값 상승, 물류비와 판촉비 등 제품 생산 비용이 올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는 것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뚜기(007310)는 ‘진라면’을 비롯해 주요 라면의 제품 가격을 2008년 이후 현재까지 10년째 동결하고 있다. 당분간 인상 계획도 없다. 라면은 서민 식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만큼 소비자 물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오뚜기도 가격 인상 요인의 압박을 받지만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라면시장의 점유율을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오뚜기 라면의 점유율은 지난해 9월 25.1%에서 올해 9월 26.2%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라면이 성장하면서 올해 3분기 연결매출액도 5796억원을 기록, 지난해 5643억원에 비해 2.7% 늘었다. 다만 영업이익은 4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오리온(271560) 역시 5년째 제과 제품의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2014년부터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품 용량을 늘리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내부적으로 시스템 개선 작업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한 것이 가격 유지의 비결이다. 우선 원·부재료를 글로벌 통합관리하면서 공급 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유통을 효율화하고 물류 시스템 구조를 개선했다. 영업 측면에서도 재고 관리 등의 비용을 조정·관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 측면에서도 단위 시간당 제품 생산량을 늘려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제조사뿐 아니다. 유통사들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마트 자체 농산물 유통센터 ‘후레쉬센터’의 CA 저장고(사진=이마트)
이마트(139480)는 자체 농산물 유통센터인 후레쉬센터를 통해 신선식품의 가격과 선도를 모두 잡고 있다. 이마트는 후레쉬센터 내 기체제어(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고에서 사과과 마늘, 수입 과일 등을 보관한다. CA 저장고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산소 농도를 상품에 맞게 조절해 장기 저장하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하면 가격이 저렴할 때 물량을 확보해 안정적인 가격에 제품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



롯데슈퍼는 친환경 농산물 브랜드 ‘청년농장’을 통해 일반 농산물보다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선보인다. 청년농장은 롯데슈퍼와 농림축산식품부, 충청남도가 청년 농업인 감소와 친환경 농산물 인증 면적 및 농가 수 감소에 대응하고자 지난해 12월 시작한 프로젝트다.

기업과 정부, 지자체의 상생 협력으로 만들어진 만큼 육성 시스템이 뛰어나고 안정적인 판로와 전용 농장까지 갖추고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마트24는 전 점에서 물가 안정 프로젝트 ‘더 프라이스’를 운영한다. 더 프라이스란 가계물가 부담 완화와 가맹점 매출 활성화를 위해 고객의 수요가 높은 상품을 대형마트 가격 수준으로 연중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 상품은 아워홈 식빵 1300원, 달걀 30구 5400원, 동원 소와나무 비피더스 명장 사과맛 1490원 등이다. 여기에 하루e한컵우유(1950원), 민생라면(550원) 등 자체 개발한 상품도 포함해 총 19개 품목을 운영한다.

이와 반대로 가격을 올린 업체들은 악화하는 수익성을 해소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업체들은 제품을 고급화하면서 원재료 상승분을 반영할 수밖에 없어 가격을 올렸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값, 인건비 상승 압박이 누적돼 왔다”며 “어느 하나의 요인은 아니고 물류비, 판촉비 등등 제품 생산 제반비용 전체가 올랐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값을 받지 못한 제품의 가격 정상화가 이제 이뤄진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태제과와 롯데제과가 일부 아이스크림 권장소비자가격을 200원씩 인상했다”며 “업체 간 경쟁으로 인해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형성돼 있어 편의점에서 파는 가격으로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