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이건 알아야해]미세먼지 주범 경유차일까? 중국일까?
by김보영 기자
2018.11.18 03:40:00
보름째 중서부 지역 미세먼지 비상…정부 비상조치 가동
중국이 미세먼조 원흉인데 국내용 조치만 강화 불만도
최근엔 국내요인 55~82%로 국외 요인 18~45%보다 높아
미세먼지는 복합적 요인..中과 협력해 저감노력 강화해야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겨울을 앞두고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화력발전소 가동율을 낮추고 노후차량운행을 제한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헛수고가 아니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원흉이 중국인데 국내용 대책이 무슨 소용이냐는 거죠 . 중국이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공장을 한반도와 가까운 산둥성으로 옮겼다는 가짜뉴스까지 퍼지면서 ‘미세먼지=중국 탓’이라고 믿는 시민들이 더 많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올해 가을들어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는 중국 등 외부요인보다 국내요인 영향이 더 컸다고 합니다. 최소한 올 가을들어 실시한 미세먼지 대책이 헛수고는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 서울시가 15일부터 운행 중인 서울시내 전기버스 및 전기버스 충전소 외관. (사진=서울시청) |
|
올 가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이달 초입니다.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고,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선 지난 7일 올 가을 첫 미세먼지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습니다. 잠시 좋아질 때도 있었지만 수도권과 충청권, 경북, 전북 지역 등 중서부 지역은 열흘 넘게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가 ‘나쁨’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특히 높았습니다. 16일 오후 전국 주요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35㎍/㎥이상 나쁨, 75㎍/㎥ 이상 매우 나쁨)는 △서울 34㎍/㎥ △경기 51㎍/㎥ △세종 39㎍/㎥ △충북 66㎍/㎥ △충남 51㎍/㎥ △대전 48㎍/㎥ △대구 46㎍/㎥ △경북 46㎍/㎥ △전북 56㎍/㎥ △광주 40㎍/㎥ 등 대부분 나쁨 수준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경기도는 이날 오후 남부권 5개시(용인,평택,안성,이천,여주)에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권역별 평균농도가 2시간 이상 75㎍/㎥일 때 내려집니다.
환경당국은 비상저감조치 외에 장기적으로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대책도 함께 내놨습니다.
환경부는 지난 8일 2030년까지 공공부문 경유차를 없애고 저공해 경유차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던 ‘클린디젤’ 정책 폐기를 골자로 한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전기·수소차 수요를 확대할 충전시설 등 인프라 확대에도 나설 것을 약속했습니다.
서울시 등 지자체도 경유차 줄이기, 조업단축 등을 통한 미세먼지 저감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15일부터 1711번 노선을 시작으로 전기시내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1711번·3413번·6514번 3개 노선 29대에 전기시내버스를 시범투입해 운행한 뒤 전 노선 확대 여부를 검토할 예정입니다. 경기도는 2022년까지 전기차를 3만대 규모로 확대하고 수소차 620대와 수소차 충전소 6개소를 보급할 예정입니다.
국민들의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원흉(?)인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이 빠졌다는 이유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중국발 미세먼지를 해결하고 청와대 차원에서 중국에 국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글이 2000여건에 달합니다.
국제소송 제기는 어렵습니다. 국제법 상 어느 조항을 위반했는지 명시하고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중국 때문이라는 걸 명확히 입증해야 하는데 둘 모두 현재로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미세먼지 피해는 중국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최근의 연구들은 기후변화로 대기정체가 심해지면서 미세먼지 오염원이 쌓이고 있다는 공통된 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한반도 밖에서 불어오는 외부 요인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얘기입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고농도 초미세먼지 발생 과정에서는 국내 요인이 55~82%로 국외 요인(18~45%)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정권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은 “11월에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한 전례가 많지 않다”며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은 확실히 기후변화 영향이 컸고 앞으로도 11월 때이른 미세먼지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창훈 한국환경정책평가 선임연구원 역시 “기후변화로 해수온도가 높아지며 풍속이 줄어드는 현상이 5년 정도 지속돼 높은 수준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미세먼지 문제를 기후변화 문제와 연계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중국도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를 괴롭힐 정도면 막상 발생한 지역은 얼마나 심각하겠습니까?
경제성장에만 매몰돼 환경문제는 뒷전이던 중국도 환경훼손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입니다. 이달초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제24회 중국대기환경과학기술대회’에서 중국은 자국의 대기질 개선 노력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중국 전체의 대기오염 배출 총량은 2013~2017년 사이 아황산가스가 59% 줄어들고, 질소산화물은 20%, 초미세먼지(PM2.5)는 29%, 미세먼지(PM10) 22.7%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수도권인 지진지(京津冀)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39.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중국을 편들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는 더 힘들다. 노력하고 있다”는 식의 답은 무책임합니다. 자국에서 발생한 오염물질 탓에 주변국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온 책임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중국을 비난하고 손가락질 하기보다는 당장 눈 앞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국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중국이 필요해서 협력해야 하는 겁니다. 환경부는 12월 중 첫 국장급 회의를 열고 양국 미세먼지 저감 방안과 한·중 환경협력센터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가길 기대해봅니다.